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홍보팀은 3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경기가 끝나갈 무렵인 9회, 기자실에 조용히 안내문을 뿌렸다.
우승이 확정된 뒤 취재 절차에 대한 안내였다. 곧 있으면 그라운드와 클럽하우스에서 축하연이 벌어질 테니 규정에 따라 취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몇 분 후 아웃카운트 3개를 남기고 10-6으로 앞선 상황이 10-11로 둔갑하리라고는 기자실에 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속상한 텍사스 팬들은 역전이 어려워 보이자 9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장을 나가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어느 날보다도 고요함이 감돌았다. 샴페인을 터뜨리고 잔치 분위기를 내려고 클럽하우스 한가운데에 있던 소파를 다른 곳으로 빼놓은 탓인지 예상치 못한 대역전패 후 실내가 더욱 휑하게 느껴졌다.
일본인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따라다니며 텍사스 구단을 취재하는 한 일본인 기자는 "텍사스 불펜이 이틀 연속 추신수(33)에게 붙은 영웅 훈장을 떼어갔다"고 했다.
추신수는 전날에는 한 시즌 개인 최다인 22번째 홈런을 쳤고, 이날은 5-6으로 뒤진 6회 1사 만루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리는 등 공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구원진은 전날에 이어 9회에 결승점을 내주고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전날에는 1-1 동점에서 실점했다면 이날은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허탈감을 안겼다.
추신수는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놀랐다"면서 "이게 바로 야구"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20년 이상 야구를 했지만, 오늘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기 때문에 야구라는 걸 참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1이던 5회 우리가 4점을 줬을 때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곧바로 4점을 만회해 동점을 이뤘고,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면서 "그렇지만 결국, 이렇게 9회에 5점이나 주고 패할 줄은 몰랐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승부의 현장에서 살아온 ‘쟁이’로서의 감(感)이랄까. 추신수는 마무리 숀 톨러슨이 9회 선두 타자인 에릭 아이바에게 홈런을 맞았을 때 ‘아’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바는 전날까지 홈런을 2개밖에 치지 못한 ‘똑딱이’ 타자다. 이런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불운이 결국 대역전패로 귀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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