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20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결승골을 뽑아낸 뒤 어시스트를 해준 크리스천 에릭슨과 함께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23)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3경기 만에 3번째 골을 터트리며 새로운 리그와 팀에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지난 주중 홈구장 데뷔전에서 2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이번엔 첫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귀중한 선제 결승골을 뽑아내 팀을 승리로 이끌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20일 홈구장인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벌어진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15-16 EPL 6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후반 23분 역습상황에서 크리스천 에릭슨이 내준 패스를 잡아 상대진영 왼쪽을 질풍처럼 치고 들어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키퍼 다리사이로 빠져 들어가는 결승골을 꽂아 넣었다. 토트넘은 이 골을 끝까지 지켜 1-0 승리를 따내며 올 정규리그 3번째 홈경기 만에 첫 승리(1승2무)를 기록하며 시즌 2승3무1패(승점 9)를 기록, 리그 9위로 올라섰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3승3패(승점 9)로 승패와 골득실을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8위를 달렸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공격수 이청용이 벤치를 지키는 바람에 기대했던 ‘코리안 더비’는 이뤄지지 못했으나 손흥민은 두 번째 홈경기에서 자신의 리그 데뷔 골을 신고하며 2게임에서 3골을 몰아쳐 토트넘에서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홈 데뷔전이었던 카라바크(아제르바이잔)와의 2015-16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에 원톱으로 나서 2분 간격을 두고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달아 뽑아내 홈팬들에게 강렬한 첫 인상을 안겨줬던 손흥민은 이날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뒤를 받치는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장, 후반 34분 교체될 때까지 79분동안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홈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승리를 안겨준 결승골까지 얻어내 자신의 몸값 가치를 입증하며 홈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시작 3분과 12분 잇달아 오른발 슈팅을 때려 코너킥을 얻어내는 등 초반부터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30분에는 비록 슈팅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나 상대진영 오른쪽에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문전까지 30야드 이상 치고 들어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전반 45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폭풍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다 다급한 상대의 반칙과 경고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후반 13분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슛을 때렸고 볼이 골키퍼에 맞고 나오자 벤 데이비스가 헤딩골을 성공시켰으나 그에 앞서 볼을 터치한 케인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팬들의 아쉬운 탄식을 자아냈다.

승부를 가른 결승골은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3분에 나왔다. 역습상황에서 에릭슨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폭발적인 스퍼트로 상대 페널티박스 왼쪽까지 치고 들어간 뒤 수비수가 다가오기 전에 날카로운 왼발슛을 때렸고 볼은 상대 골키퍼 알렉스 맥카시의 다리사이로 빠져 골네트를 출렁였다. 손흥민은 후반 34분 크린톤 은지와 교체됐고 홈팬들은 필드를 떠나는 그에게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토트넘에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며 손흥민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가디언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새로운 영웅을 찾아냈다"고 평가했고 선데이 익스프레스도 "손흥민이 나흘 새 2번이나 토트넘의 영웅이 됐다"면서 "공격트리오인 케인과 에릭 라멜라, 손흥민 라인이 경기 초반 잘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미러 역시 "손흥민이 이번 시즌 토트넘의 홈 첫 승을 안기며 다시 영웅이 됐다"고 보도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선수평점에서 손흥민에게 양팀을 통틀어 최고인 8.28점을 부여했다. 손흥민은 지난 13일 선덜랜드 원정으로 치른 EPL 데뷔전에서는 팀에서 두 번째로 낮은 6.24의 평점을 받았지만, 이날 두 번째 EPL 경기에선 바로 최고 평점으로 올라섰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