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 - 한국 유학생들의 고민
▶ 취업비자 받기 힘들고, 이제 학부 학위만으론 한국서 스펙 경쟁 밀려 최근 석·박사 지원 늘어
지난해 USC 공대를 졸업한 한인 김모(23)씨는 졸업 후 현장실습 취업 프로그램(OPT)으로 외국 기업에 취업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하고 대신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김씨가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취업비자 스폰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아 고민 끝에 차라리 대학원에서 경력을 업그레이드한 후 한국이나 미국에서 재취업에 도전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씨는“유명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학부 졸업장만으로 한국에서 취직하기가 쉽지 않더라”라며“경영대학원에 진학해 취업의 영역을 보다 넓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년 봄 학기 대학 졸업을 앞둔 한인 이지영(22)씨도 미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대신 대학원 진학을 심각히 고민 중이다. 이씨는 “미국에서 취업비자(H1-B) 스폰서 기업을 찾는 것도 어렵고 취업을 하더라도 비자를 받는 것도 불투명해 일단 전문 대학원 진학 후 진로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어려울수록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 자신에 과감한 투자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인 유학생들 가운데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취업이 힘들어지자 대학원 등 전문 학위를 취득하려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 있어도 고급 인력으로 대접받던 시대가 지나면서 학사학위가 이른바 ‘스펙’으로서 별 도움이 되지 못하자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소위 ‘학위 샤핑’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미 대학원위원회(CGS)가 최근 발표한 2015년 미 전국 대학원 유학생 지원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학년도에 미 대학원에 지원한 한국 출신 유학생들의 수는 석사과정이 8,581명, 박사과정 2만97명 등을 포함 전체가 2만8,876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4%가 증가한 수치로, 한국 출신 미 대학원 지원자수는 지난 2011~12학년도에 1% 감소한 뒤 2012~13학년도에는 15%나 급감했다가 2013~14년에도 5%가 줄어드는 등 계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올 학년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씨는 “상대적으로 취업난이 심각한 문과계열 학생들의 경우 법대에 진학해 국제변호사를 준비하거나 CPA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고학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요즘에는 남들보다 더 센 경쟁력을 가지려면 학력을 더 쌓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급 인적 자원의 과잉 공급은 오히려 구직자와 구인자 간 미스매치를 심화시켜 취업난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잡코리아 USA 브랜든 이 대표는 “구직자들의 올라간 학력만큼 높아진 눈높이를 사측에서 맞추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며 “지원하는 회사에 적합한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취업이 어렵다고 ‘소나기를 피하자’는 식의 학위 샤핑은 오히려 나중에 취업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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