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는 실존적·도덕적인 비극’…올해 12월8일∼내년 11월20일 희년에 한시허용
▶ 동성애·이혼 등에 대한 포용 언급 이어 또한번 파격 행보
프란치스코 교황(AP)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자비의 희년’(Jubilee of Mercy) 기간에 한해 사제들이 낙태 여성을 용서할 수 있게 했다.
2013년 즉위 이후 동성애와 이혼 등 그간 가톨릭에서 금기시해온 민감한 문제들에 잇따라 포용적인 입장을 밝히며 교계 안팎을 놀라게 한 교황의 또 다른 파격 행보다.
1일(현지시간) dpa·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발표한 교서에서 "낙태를 한 여성이 진심 어린 속죄와 함께 용서를 구한다면 모든 사제에 이 낙태의 죄를 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낙태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상처를 가슴에 지닌 많은 여성을 만났다"며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실존적이고 도덕적인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가톨릭에서는 낙태가 중죄로 간주돼 낙태를 한 여성이나 낙태 시술을 한 사람들은 곧바로 파문당하게 된다.
낙태의 죄는 교구의 최고 고해 신부만이 용서할 수 있는데, 이번 희년 동안에는 모든 사제에게 낙태 여성 용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다.
교황이 가톨릭 금기들에 대해 파격적일 정도로 관대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7월 선출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만약 동성애자라 하더라도 선한 의지를 갖고 주님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며 동성애에 대한 유화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9월 첫 공식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동성애자와 이혼자, 낙태 여성에게 ‘자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에 힘입어 지난해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시노드) 보고서에 동성애와 이혼에 대한 전향적 언급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보수파의 격렬한 반대로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 빠지기도 했다.
낙태 여성을 한시적으로 용서할 수 있게 한 교황의 이번 결정에도 가톨릭 교회는 여전히 낙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낙태의 죄가 지닌 무게를 축소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자비를 베풀 가능성을 좀 더 넓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고, 치로 베네데티니 부대변인도 "지금으로서는 희년에 한해 적용되는 조치"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교서에서 교황은 가톨릭교회 개혁을 표방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반발해 1969년 설립된 극보수 가톨릭 단체 ‘성 비오 10세회’(SSPX)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
교황은 "SSPX가 가까운 미래에 가톨릭 주류에 다시 합류하길 바란다"며 "희년 중에는 SSPX 사제들도 다른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죄를 사할 권한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성년’(聖年)으로도 불리는 ‘희년’(禧年)은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로, 정기 희년은 1300년 처음 시작돼 25년마다 기념한다.
이번 자비의 희년은 정기 희년과 별도로 지난 3월 교황이 선포한 특별 희년으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올해 12월 8일부터 내년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11월 20일까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