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 3·4세 40여명 한국어는 못하지만 민족 자긍심 뿌듯
16일 쿠바 아바나에서 광복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에네켄 농장 한인 이민선조들의 후손인 3세와 4세 한인 후손들이 이날 기념행사에서 태극기를 손에 들고, 아리랑을 따라 부르며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김상목 기자>
※ 쿠바 한인회 광복 70돌
<쿠바 아바나 김상목 특파원> 쿠바에네켄 한인 후손들의 ‘아리랑’은 1921년 멕시코를 떠났던 이민선조들의 한 맺힌 피와 땀을 듣는 듯했다.
16일 쿠바의 에네켄 한인 후손들이 아바나의 ‘쿠바 한인후손 문화회관’ (공식명칭은 호세 마르티 문화원산하 한국·쿠바문화클럽)에서 뜻 깊은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민 3세와 4세 한인 후손 40여명은 이날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비록 한국말을 하지 못하지만 90여 년 전이민 선조들의 피와 땀을 기억하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되새겼다.
특히, 이날 행사는 쿠바 한인회관이 지난해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한인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가진 광복절 기념행사여서 의미를 더했다. 쿠바 한인회관은 민주평통 중미·카리브지역협의회(회장 오병문) 주도로 아바나시 미라마 인근 지역에 마련된 한인 후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날 광복 70주년 기념행사 도중 애국가와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한인 후손은 서툰 한국말로 애국가와 아리랑을 따라불렀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스러워 하기도 했다. 또, 애국지사 임천택씨의 셋째 딸로 한인 후손 사회의 대모와도 같은 마르사 림씨는 눈을 감고 깊은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쿠바 한인 후손회 안토니오 김(73) 회장은 “아리랑을 부를 때면 가장 힘들고 슬픈 이민 생활을 시작했던 에네켄 농장의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 한국이 일제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된 오늘 우리는 쿠바인이자 다시 한국인임을 다시 깨닫는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무용가 김성의씨의 한국 전통 무용도 한인 후손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한복을 차려 입고, 애절한국악 선율에 맞춰 춤사위가 이어지자 80을 넘긴 한인 2세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멕시코, 과테말라, 도니미카 등 중남미·카리브지역 평통 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한 오병문 회장은 “가장 천대 받았던 에네켄 농장 노동자로 일하면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한인 선조들을 생각하면 후손들과 함께 한 오늘 광복절 행사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한인 후손들이 부르는 아리랑과애국가를 들으면, 후손들 뿐 아니라 나 자신도 조국을 생각하게 된다”고말했다. 오 회장은 지난해 이 문화회관 건립을 주도했고, 한인 후손사회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아바나 뿐 아니라 한인 선조들의 첫 정착지였던 마탄사스와 카르데나스에 거주하는 한인 후손들과 중미·카리브해 민주평통 협의회원 10여명이 함께 했고,한국 정부 측에서는 쿠바 관할 공관인 멕시코 한국 대사관 장재혁 공사참 사관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쿠바 정부기관과 다름없는 ‘호세 마르티 문화원’ 라스카노 로페스 부원장과 쿠바공산당의 국제친선협회(ICAP) 알리시아 카레데라 모랄레스 부회장 등 고위 인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두 인사는 한국과 외교관계가 없는 쿠바에서 한국을 가장 잘 아는 고위 인사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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