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도, 잘 나가는 대선 후보도, 사법부의 최고 수장인 대법원장도 예외는 없다. 바로 미국의 배심원 얘기다.

CNN 방송을 비롯한 미 언론은 15일 미 공화당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운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오는 17일 뉴욕 맨해튼의 법원에 배심원으로 출석한다고 전했다.

맨해튼 법원에서 진행될 한 사건의 배심원으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배심원 제도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라 무작위로 선정된 일반 국민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으로, 미국의 시민권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법원으로부터 배심원 출석 통보를 받는데 해당 시민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불출석 시 벌금을 문다.

실제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지난 4월15일 배심원 출석 통지서를 받고 메릴랜드 주(州) 락빌의 몽고메리 법원에 출석했고,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 역시 지난 5일 텍사스 주 댈러스의 조지 앨럴 법원에 배심원 자격으로 3시간 동안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이번 배심원 출석은 그가 지난 9년 동안 5차례나 배심원 출석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올해 초 25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트럼프의 출석 결정은 이미 ‘전과’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자칫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의 법무 담당자인 앨런 가르텐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이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바쁜 사람임에도 배심원 자격으로 월요일(17일)에 법원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