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특파원, 역사적 장면 취재
▶ 반제국주의 광장에 1,000여명 인파 보트피플 출신 참석“꿈 같아”감격
14일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 건물 앞에서 열린 54년만의 역사적 성조기 게양식에서 3명의 미 해병대원들이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는 가운데 존 케리(왼쪽) 미 국무장관이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를 하고 있다.
<쿠바 아바나-김상목 특파원>“비바 쿠바” “USA”기쁨과 환희, 감동의 탄성이 카리브해의 하늘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1961년 1월3일 이후 무려 54년 7개월 11일 만에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가 공식적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의 말레콘 방파제 위로 다시 내걸린 순간이었다.
아바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 중 하나라는 말레콘 해변 중심부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주변에는 이날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 3시간 전부터 쿠바 국민들과 쿠바계 미국인들 및 관광객 등 1,000여명의 인파가 가득 몰려 미국과 쿠바간 반세기만의 ‘역사적 화해’에 환호를 보냈다.
본보가 해외 한인언론으로는 유일하게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이날 쿠바 아바나 미국 대사관의 성조기 게양 장면은 하나의 감동적인 역사 드라마의 한 장면이였다.
이날 기념식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사절단과 쿠바의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양국의 국교정상화를 축하하고 우호증진을 다짐하는 상징적 행사로 치러졌다.
오전 10시(현지시간)에 시작된 케리 국무장관의 기념 연설이 끝나자, 3명의 미 해병대원들이 대사관 건물 북쪽에 설치된 국기대에 성조기를 게양했다. 마침내 성조기가 하늘 높이 올라가고 해병대원들이 멋진 거수경례로 게양식이 마무리되자 주변에 구름처럼 몰린 1,000여명의 인파가 일제히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쿠바’와 ‘USA’를 연호하며 역사적 순간을 기뻐했다.
특히 쿠바를 탈출해 미국에 망명한 쿠바계 미국 시민들은 이날 국기 게양식을 지켜보며 복받치는 감정을 드러내놓기도 했다.
쿠바 보트피플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해 산 지 30년이 넘었다는 조지 루이스 허난데스(48)는 “진즉 이 같은 일이 일어났어야 했다. 이제 쿠바가 민주주의와 자유가 넘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허난데스는 이날 성조기 게양식을 지켜보기 위해 마이애미에 사는 친지들과 함께 아바나를 방문했고, 성조기가 그려진 대형 플래카드에 ‘쿠바 민주주의와 자유’란 문구를 적어 눈길을 끌었다. 아바나 시민들은 대체로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환영하고, 미국과의 교역 확대를 통한 쿠바 경제 발전을 기대했다.
아바나 주민 훌리오(54)는 “이 순간을 고대해왔다”며 “성조기가 올라가는 것을 미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쿠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조기 게양식이 열린 미국 대사관 건물 바로 맞은편의 ‘반제국주의 광장’에도 수많은 인파가 모여 이번 행사를 축하했다.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를 상징하는 대사관과 반제국주의 광장 사이의 ‘깃발의 벽’은 이날을 계기로 무너진 느낌이었다.
이곳 광장에 설치된 138개의 깃대 한 가운데에는 쿠바의 자존심을 상징하듯 거대한 쿠바 국기가 펄럭였고, 인근 건물 외벽에는 ‘벤세레모스’(승리하리라)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거나 대형 쿠바 국기가 걸린 곳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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