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복 70돌 기획- 본보 특파원 쿠바에서 1신
▶ 빚장 풀린 아바나 활기, 크레딧카드 안받아 불편
쿠바 수도 아바나 시내 대형 고층건물에 자리한 미국 대사관 건물 앞에 선 김상목 특파원. 이곳에서는 14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 양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국교 정상화 공식 선포식이 열릴 예정이다.
<쿠바 아바나-김상목 특파원>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 이후 54년간 미국과 국교를 단절한 채 빗장을 걸어왔던 쿠바의 문이 마침내 열린다.
미국과 쿠바간 국교 단절 이후 미주 한인언론으로는 처음으로 본보 특별취재진이 찾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 중심가에서는 지난 5월 역사적인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합의 이후 휘몰아치고 있는 변화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12일 아바나 산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아바나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퇴근시간과 맞물렸지만 차량행렬이 그리 많지 않았고, 거리에는 낡고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 건물들이 즐비해 쿠바가 처해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반세기만의 화해’라는 미국과 쿠바간 54년만의 국교 정상화의 중심이 될 쿠바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 건물은 아바나 다운타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20층이 넘는 대형 고층 건물에 들어선 미 대사관은 사방이 높은 철장에 둘러싸여 있고, 경비 병력이 건물 주변을 에워싸는 철통경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틀 앞으로 다가온 양국간 국교 정상화 선포 행사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1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대사관 재개설 행사를 갖고 쿠바와의 외교활동 재개가 공식 선포되며, 양국 국교 정상화의 상징으로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가 54년만에 처음으로 휘날리게 된다.
이날 성조기 게양 행사에는 미국의 외교 수장인 존 케리 국무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즈 쿠바 외무장관을 비롯한 양국 정부 고위대표단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바나 다운타운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고,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아들이 유학 중이라고 밝힌 아바나 시민 로베르토 파네키(45)는 “미국과 외교관계가 정상화된 것을 모든 시민들이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네키는 “쿠바 국민들이 미국적인 생활을 동경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조국 쿠바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한 택시운전사는 “미국을 좋아하지 않지만 미국과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은 쿠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실리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아바나 시내에서는 미국에서 발행된 크레딧카드를 받는 호텔이나 상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환전소에서 만난 한 업자는 “미국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아직까지 미국 크레딧카드는 어느 곳에서도 사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의 변화와 개방에 대한 관심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에서 온 한국인 관광객 서종천(59)씨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직된 자세들을 공항에서부터 피부로 느꼈지만 아바나 시민들은 표정이 밝아 보인다”며 “적대국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쿠바의 자세를 북한도 배웠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쿠바 여행을 온 독일 여고생 요한나 오트(18)는 “쿠바의 현재 모습이 과거 통독 직후의 동독 사회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을 부모님께 들었다”며 “쿠바가 앞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4일 공식 선포식을 앞두고 미국-쿠바간 국교 정상화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거워 로이터 통신 등 외국 언론들이 앞다퉈 현지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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