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stop saying you evolved from us. You guys are xxxxxxxx.”“제발 어디 가서 우리에게서 진화했다고 말하지 말아줘. 이 빵꾸XX 시키들아!”심각한 표정의 고릴라가 인간들에게 전하는 풍자적 메시지로 내 페이스 북에 등장한 영어와 한글 버전이다. 텍스트만 전달하는 매체와 달리 페이스 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텍스트에 이미지와 재미나는 댓글들이 더해져서 풍자 유머의 묘미를 한층 북돋는다. 이 메시지도 고릴라의 표정과 욕지기의 귀여운 한글 버전 덕에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이 풍자적 메시지가 내 관심을 끌었던 주요 이유는 스스로 완전 찔리고 뜨끔했기 때문이다.
지난 독립기념일 주말에 가족 상봉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부터는 서로 가끔씩 만나는 탓도 있겠지만 언젠가 부터 아이들이 어른 되어가는 속도에 가속이 붙는 듯하다. 동시에 같은 속도로 노쇠해져 가는 나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더 이상 둥지 속 아이들과 둥지를 보살피는 어른의 관계가 아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 스스로 자리를 잡아가는 청년들과 세상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있는 은퇴 준비병의 모습이다.
아이들과 나의 젊은 시간들이 비교되기 시작하고 문득 다음 세대엔 좀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젊은 시절의 막연한 기대가 생각났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 과연 내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세상을 위해 난 내 몫을 제대로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할수록 망쳐놓은 세상사 들이 떠오르던 차에 인간을 멍청이 취급하는 유인원을 만난 것이다. 완전 뜨끔할 수밖에…우선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해 줄 일자리 이슈가 있다. 아이들 세대에는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일을 즐기며 살수 있을 거라 바랬던 것 같다. 그런데 왠 걸. 오히려 더욱 치열한 경쟁사회, 성과사회가 되어있다. 일자리 찾기는 어려운데 온갖 좋고 탐나는 물건들은 갈수록 세상에 널려진다. 글로벌시대에 인터넷시대이니 이들로부터 숨기도 어렵다. 당연 상대적 박탈감은 상승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계속 온난화가 진행되고 그 주범은 인간들이라고 한다.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캘리포니아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얼마 전에는 높아진 수온을 견디지 못한 홍게들이 조류를 타고 해안으로 밀려온 사건도 있었다. 뉴포트 해변에서 홍게 떼를 직접 목격한 친구는 엄청난 양의 홍게가 몰려드는 광경이 무척 섬뜩했었다고 한다.
고릴라의 눈빛에 찔려 자아비판 식 회한이 멈추질 않는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반동이 일어난다. 어쩌면 그 동안 좋아진 것이 더 많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만간 내 몸에 컴퓨터 칩이 심어진다 해도 그리 놀라지 않을 수준이 아닌가. 단지 발달한 기술일수록 오용의 결과가 심각하니 오용과 유용의 이슈를 유념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떠오르는 인디안 설화가 있다. 어린 손자를 산과 들로 데리고 다니며 세상의 지혜를 가르치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두 늑대 이야기이다.
우리 안에 두 마리의 늑대 즉 사랑과 평화의 늑대 그리고 욕심과 미움의 늑대가 있어 두 늑대가 늘 싸움을 하는데 우리가 날마다 먹이를 주고 키우는 늑대가 이긴다는 것이다. 대자연이 모든 생명을 선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키우듯이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들도 그렇게 키워야 한다고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말한다.
결국 매 순간은 선택의 순간이다. 그리고 이 순간들이 시간을 타고 변화를 만들어 간다. 매 순간 욕심과 미움의 늑대를 잘 다스리고 사랑과 평화의 늑대를 잘 키워가노라면 고릴라의 경고에 그다지 마음 찔려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경고’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마무리할 세대는 잘 마무리 하고 헤쳐 나갈 세대는 잘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다음 세대들은 우리보다 현명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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