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은 짧았다. 영화 전개상 꼭 필요한 인물도 아니었다. ‘터미네이터2’를 사랑하는 팬을 위한 팬서비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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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에 사이보그 ‘T-1000’으로 출연한 이병헌은 딱 한마디의 대사만 했다. 시간 여행으로 과거로 온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는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현재 연도와 날짜를 묻는다.
T-1000은 리스의 질문에 대신 대답한다. “1984년 ㅇ월ㅇㅇ일이다. 널 죽이러 왔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단 세 시퀀스에만 나온다. 카일 리스와의 첫만남, 추격전,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와 ‘팝스’(애널드 슈워제네거)의 은신처 격투신이다. 러닝타임으로 따지면 약 10~15분정도다. 짧은 분량에도 이병헌은 자신이 몇몇 영화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왜 할리우드에서 이병헌을 찾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동도 없는 눈빛,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 몸에 딱 맞게 입은 경찰복 등은 로버트 패트릭의 T-1000 못지 않다.
아쉬운 점은 이병헌이 맡은 역할이 영화 전개상 없어도 무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T-1000은 ‘추억팔이’를 위해 소비되는 매우 도구적인 캐릭터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다.
어차피 등장인물 대부분이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이병헌의 출연 분량은 그리 아쉬워할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있는 연기를 보여준 그를 칭찬해야 한다. ‘지.아아.조’ 시리즈나 ‘레드: 더 레전드’에서도 이병헌은 혼자 제대로된 연기를 보여줬었다.
언어적인 문제가 있고, 극 설정상 동양인인 이병헌이 주요 인물이 되기는 힘들었겠지만, 오히려그가 더 큰 비중의 악당 캐릭터를 맡았다면 더 ‘폼나는’ 영화가 될수도 있지 않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이병헌이 T-1000은 ‘터미네이터2’(1997)에 등장한 액체 금속 로봇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 이 캐릭터는 로버트 패트릭이 연기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모든 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던 ‘터미네이터2’였고, T-1000이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해 이 시리즈 최고 악당을 T-1000으로 꼽는 관객이 많다. 그 유명한 대사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 또한 T-1000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2일 개봉한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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