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인은 정신질환 앓는 이라크 참전 퇴역 해병
▶ 핵심쟁점은 ‘고의적 살인’인가, ‘정신이상’ 인가
4차례나 이라크 전쟁에 참석해 저격수로 활약한 크리스 카일.
영화‘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제 주인공인 미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에디 루스(가운데)가 지난 11일 텍사스 주 스티븐빌에서 열린 첫 재판에 참석했다.
[영화 유명세 타고 전국의 시선 집중]
요즘 연속으로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영화‘아메리칸 스나이퍼’에 열광하는 뜨거운 관심이 이번 주엔 텍사스 주 소도시 스티븐빌의 법정으로 쏟아지고 있다. 영화 스토리의 실제 주인공 크리스 카일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재판이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요원으로 4차례나 이라크 전쟁에 참전, 160명의 적군을 사살해‘전설’로 불린 최고의 저격수였던 카일은 9.11 테러가 발생하자 자원입대했으며 2009년 제대한 후 참전 후유증을 앓는 퇴역군인들을 돕는 일을 하다가 2013년 그들 중 한사람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범인 에디 레이 루스(27)에 대한 재판이 11일부터 시작되었다.
2년 전 어느 2월 오후, 크리스 카일은 친구인 채드 리틀필드와 달라스 교외지역 한 사격장으로 운전해가고 있었다. 트럭 뒷좌석엔 최근에 알게 된 한 청년이 타고 있었다.
그가 에디 레이 루스였다.
재판 첫날 변호사들은 루스의 심각한 정신질환 상태를 강조했다. 이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루스는 해병대원으로 이라크전에 파병되었다가 정신질환이 심해 귀국조치 되었다. 의사들의 진단은 정신분열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였다. 사격장으로 가던 사건 당일 며칠 전에도 그는 칼로 애인을 위협하며 인질극을 벌여 병원에 입원 조치되었는데 퇴원하자마자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도 했다. 사격장 가기 전날 밤엔 애인에게 사람들이 엿듣는다면서 소리를 낮추라고 주의를 주었는가 하면 다음날 아침 사격장으로 떠나기 전엔 마리화나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셨다.
라프 크릭 랏지 사격장은 카일이 문제 있는 퇴역군인들을 종종 데리고 가던 곳이었다. 그들 세 사람이 사격장으로 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운전하던 카일이 옆 좌석의 리틀필드에게 “이 녀석 정말 정신 나간 놈”이라는 문자를 보냈고 리틀필드는 “내가 잘 지켜볼께”라고 답신을 보낸 셀폰의 문자 메시지만 남아 있다.
루스가 사격장에서 두 자루의 권총으로 두 사람을 살해한 것은 문자 메시지가 오간 후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루스는 13발을 쏘았고 사용한 총 중 하나는 해군 로고가 새겨진 카일의 것으로 알려졌다.
루스는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의 변호팀은 총을 쏠 당시 루스는 심각한 정신질환 상태여서 자기 행동의 잘잘못을 가릴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가 그들의 생명을 취하지 않으면 그들이 자신의 생명을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은 이 비극적 사건의 발생 당시 에디 루스가 정신이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팀 무어 변호사는 배심원을 향해 말했다.
2013년 체포 당시보다 꽤 살이 쪄 보이는 루스는 덥수룩했던 머리를 삭발하고 검은 테 안경에 짙은 색 양복을 입었으며 굳은 표정이었다. 법정 오른편엔 카일과 리틀필드의 유가족들이, 왼편엔 루스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다.
희생자 가족들이 하나씩 증언대로 불려 나왔다. 리틀필드의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라면서 살아있었다면 2월11일로 38세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일의 아내 타야는 남편의 군번줄을 목에 걸고 루스를 마주보는 증언대에 앉았다. 그녀는 남편과 샌디에고에서 어떻게 처음 만났는가에서 부터 아빠가 살해당했을 때 자녀들의 나이가 불과 6살과 8살이었다는 이야기까지 감정을 애써 누르며 대답하다 끝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13년 2월2일 루스가 당시 38세였던 카일과 35세였던 리틀필드를 죽였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루스 자신이 체포 당시 경찰에게 자백한 사실이다. 그는 “그들이 나의 영혼을 빼앗아 가기 전에 내가 그들의 영혼을 뺐어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사건 당시 루스가 법적으로 정신이상 상태였는가와 일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석방 가능성이 있는 병원에 구금될 것인지를 가리는 일이다. 살인사건에서의 정신이상을 근거로 한 무죄평결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인데 루스의 경우, 유죄평결을 받으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진다.
루스의 변호사는 2007년과 2008년 이라크전쟁에 참전했던 루스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복구 지원을 위해 파견되었는데 이후 심각한 PTSD를 겪었다면서 사건 발생 수개월 전 보훈병원에서 퇴원한 사실과 여러 차례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전력을 들어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스티븐빌이 속한 이래스 카운티 검찰의 앨런 내쉬 검사는 총격 후 루스의 행동을 근거로 ‘정신이상’ 요소를 평가절하 했다. 총을 쏜 후 카일의 트럭을 몰고 사격장을 떠난 루스는 달라스 교외에 사는 여동생 내외를 찾아가 그들에게 오클라호마로 도망가겠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911에 전화해 루스의 범행 사실을 신고했고 집밖에서 경찰이 다가오자 그는 차를 타고 도망쳤었다고 경찰은 밝히고 있다. “그는 트럭에서 나오면 감옥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행동했었다”고 내쉬검사는 지적했다.
이번 케이스는 전국의 시선이 쏠려 있어 배심원 선정도 쉽지 않았다. 800명의 후보 중 변호팀과 검찰팀이 여자 10명, 남자 2명으로 배심원단을 구성한 것은 며칠 동안의 선정 절차를 거친 후였다. 영화 때문에 워낙 유명해진 스토리여서 사건에 관해 들은 적이 없는 배심원 선정은 처음부터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며 증거에 의해서만 공정하게 평결하겠다고 동의한 사람들을 뽑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육군중령 출신의 형법학 교수 제프리 콘은 말한다.
<뉴욕타임스·USA투데이-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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