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2주 일정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중 가족 문제에 관한 오후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 교황은 현재 천주교교도들과 관련된 가족문제를 주제로 한 이번 시노드를 시작하면서 주교들에게 동성애, 결혼, 이혼, 피임 등 논란이 많은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촉구했다.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는 쪽으로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예비보고서를 공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는 13일(현지시간) 공개한 12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부부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들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은 세계 각지의 주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일부터 바티칸에서 시노드를 열어 가족의 가치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19일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 전 중간보고서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기존 교리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동성애자에게도 기독교 공동체에 제공하는 은사(恩賜·gift)와 자질이 있으며 이런 커플 사이에도 서로 희생을 통한 미덕이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이혼과 재혼을 이유로 신도를 차별하지 말라"고 선언했고, 피임도 ‘자연적 방법’을 이용하는 조건을 달아 허용하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들은 기존의 교리를 변경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와 이혼, 피임 등 엄격히 금해온 사안에 폭넓게 문을 열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AP통신은 "이혼, 동성애, 피임과 같은 중대 사안들에 대한 이번 보고서의 어조는 거의 혁명적 수용"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가톨릭 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첫 신호"라고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개월 동안 특별한 가정에 대해 비난보다는 이해와 개방과 자비를 촉구했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게이’라는 단어보다 ‘동성애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최초의 교황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서의 발표로 찬반 논란은 물론 보수 세력의 큰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문서가 200여명의 주교가 모인 자리에서 낭독되자 41명의 주교들은 즉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분쟁의 조짐을 보였다고 NYT가 전했다. 이들은 수천 년 간 ‘진리’처럼 여겼던 신앙의 근본을 허무는 위험한 입장 변화라고 주장했다.
이 문서는 주교로 구성된 실무위원회에서 검토된 후 19일 최종 보고서로 만들어진 뒤 내년에도 전세계에 가톨릭 교회에서 논의를 거칠 예정이어서 그 파장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종교회의 특별보좌관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는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용인하자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존엄을 존중하자는 취지"라면서 "성적 성향와 관계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애 인권단체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미국의 최대 동성애 권리보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채드 그리핀 회장은 "가톨릭의 극적인 입장 변화이자 어둠 속의 빛과 같은 것"이라며 환영했다.
제임스 마틴 예수회 신부도 "동성애자에 대한 가톨릭의 혁명적인 변화"라며 "주교 시노드가 신자들의 복잡한 현실 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톨릭 내 보수파는 보고서를 전통에 대한 배신이자 이단적 사고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보수파 대표격인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은 "신앙의 진리에서 벗어난 발언"이라면서 "상당수 주교들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대주교인 티모시 돌란 추기경은 "보고서는 단순히 초안일 뿐이며 최종 결론까지는 논의할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수적인 로마가톨릭 단체인 ‘가족의 소리’는 "교회 역사의 최악의 공식 문서 중의 하나"라면서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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