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작은 사이즈를 포기하고 큰 화면으로 나온다고 발표한 후, 애플의 어떤 충성 소비자는 페이스북에 장황한 글을 올렸다. 더 이상 애플이기를 포기한, 잡스가 떠난 후 전혀 애플스럽지 않은 다른 기계를 따라하는 짓이라며 엄청나게 비판을 해댔다. 언론에서도 혁신은 전혀 없는, 그저 그런 것이라는 평판이 적지 않다.
그 와중에 400만대 선주문이 들어갔다는 소식은 의외일까 아닐까. 뉴욕타임스의 관련 기사가 이 의문을 풀어주었다.
애플의 가장 핵심 기술은 혁신이 아닌 개선(refinement)으로, 애플은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를 만들었고, 태블릿시장에서도 애플만의 카테고리를 열었으며, 다른 스마트 와치들이 있지만 애플만이,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플의 광고를 봐도 그렇다. ‘어떤 엄청난 칩과 기술이 들어있어 화면을 더 잘 보이게 하고 사진을 더 잘 찍게 만들고…’ 하는 따위의 설명은 없다. 전화기를 들고 잠들고, 아름다운 풍경을 찍고, 나누고, 그 기계자체를 얼마나 즐겁게 즐기는지를 보여준다.
‘갖고 싶게’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 ‘갖고 싶다’는 욕구는 뭘까. 필요한 것을 갖겠다는 욕구는 아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우연히 보게 된 ‘초소형 집(Tiny House)’은 ‘갖고 싶다’에 대한 반성과 절제를 보여주었다. 웬만한 집의 리빙룸 사이즈로 지어진 이 집은 부엌, 식탁, 욕실, 침대, 옷장, 심지어 게스트룸까지 없는 게 없었다. 차이점이라면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옷장을 열어 보여주던 앤드류 모리슨은 ‘바지는 사실 한 개만 있어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옷장에 몇 개의 청바지와 몇 개의 스웨터가 있을까 …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 자본주의 행복론의 공식은 ‘소유 나누기 욕망’이다. 이 공식을 따르자면 욕망대로 소유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걸 계속 갖고 싶고, 더 좋은 것, 더 큰 것을 계속 갖고 싶고, 원할 때마다 그걸 가져야만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갖고 싶은 걸 갖게 되어도 그로 인한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또 다시 갖고 싶은 게 생긴다. 그러니 갖고 싶다는 욕구가 오히려 불행을 더 부채질하는 건지도 모른다.
요즘 나는 장보러 가지 않고 냉장고 비우기를 연습한다. 냉장고에서는 의외로 먹을거리가 계속 나왔다. 꽉 차있던 냉장고에서 드디어 빈 공간, 숨 쉴 공간을 보게 되었다.
‘타이니 하우스’의 주인은, 공간이 작을수록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갖추기 때문에 더 정리되고 더 깔끔하게 살게 된다고 했다. 결국 갖고 싶다는 욕구를 적절하게 절제하는 것이 행복을 위해서는 더 중요한 것 같다.
세상은 ‘갖고 싶다’는 욕구를 계속 부추긴다. 그 유혹을 다 따르다가는 행복은 찰나일 뿐, 다음 순간 따라오는 허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잘 작동되는 전화기가 있는데 ‘갖고 싶은’ 아이폰 6를 꼭 가져야할 필요가 있을까 ….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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