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단 / ‘한국에 위탁관리’ 국민회관 유물 앞날은
▶ 자체 관리·보존 역량 없어 11년 허송세월 “준비되면 반환 요청”불구 언제 이뤄질지…
대한인 국민회관에서 발견된 2만여점의 유물에 대해 독립기념관 전문가들이 실사를 벌이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 초기 이민역사와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상세히 기록한‘대한인국민회 유물’ 2만점이 조건부 위탁관리 방식 조건으로 한국 독립기념관으로 이전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다루기 위한 공청회가 4일 오후 2시 LA 한인회관에서 열린다.
지난 2003년 국민회관에서 대량 발견된 이들 유물은 11년이 지나서야 체계적인 보존 작업이 이뤄지게 됐지만, 남가주 한인사회가 자체적으로 유물의 보존 및 관리 역량이 없어 한국에 위탁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나면서 이날 공청회에서 나올 해법이 주목되고 있다. 한인 이민사의 중요한 사료인 국민회관 유물 발견에서부터 그동안 보존을 둘러싸고 일어온 논란과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유물 발견
남가주 한인사회는 2003년을 전후해 반세기 가까이 방치된 ‘대한인국민회 북미총회관’(1368 W. Jefferson Blvd, LA)을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으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2003년 7월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복원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물 다락방에서 29개 서류박스 분량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유물은 1910~1950년대 한인사회를 기록한 사료로, 한국 국가보훈처 산하 독립기념관은 ▲1919년 3월9일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장 안창호 명의로 발표한 대한독립선언 포고문 ▲1919년 6월21일 상해임시정부 재무총장 최재형이 미주 한인에게 애국세를 부탁한 공문 ▲이승만의 대한민주국 임시집정관 총재선언서(한글) ▲1920년 1월 대한인 국민회 독립운동 결의안 원본(한글) 등이 포함돼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유물은 또 1900~1970년대까지 독립운동 당시 사용되던 태극기, 일제강점기 서울 전경 사진, 공립신문·신한민보 원본 및 축쇄판, 독립운동 자금 입금대장, 대한인 국민회관 낙성식 휘호, 1920년대 미주한인 호적인 ‘재미동포 인구등록’, 한인 이민초기 한글 교과서, 개인서신 및 사진 등 당시 이민선조들의 삶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존 방법 갈등
2003년 7월 유물 발견 직후 당시 국민회관 기념재단은 한국 정부에 유적지 실태 조사단 파견을 요청하는 등 빠른 보존 작업을 약속했다.
하지만 국민회 기념재단은 건물의 법적 소유권자인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 도산 안창호 선생 유지를 받든 흥사단, 한인사회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11년이 지나도록 유물 보존작업을 실천하지 못했다.
2006년 USC가 사료 디지털 자료화 사업을 제안했지만 재단 내부 이해관계와 한인사회 반대여론으로 무산됐다. 당시 USC는 디지털 자료화 사업 예산으로 3만달러를 제안하며 디지털화된 자료의 공유를 요구했었다.
■조건부 위탁관리
결국 유물 보존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건물 소유주인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는 사료가 담긴 29개 박스와 기타 물품을 교회 내 임시장소에 보관해왔다.
이후 2011년 12월24일 한국 정부가 독립기념관 소속 사료 전문가 4명을 파견해 사료실사 작업을 진행하며 전기를 맞는다.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도 유물 보존사업에 적극 협조해 실사단은 총 2차례 조사를 벌였다.
당시 실사단을 이끈 독립기념관 홍선표 박사는 “대부분 유물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원본’으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며 “한국 독립운동사·미주 한인 이민역사를 재평가할 귀중한 보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민회 기념재단은 ‘사료 영구보존, 전시공간 및 수장고 마련, 자료전집 제작’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2013년 한국 국가보훈처·국민회 기념재단·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는 3자 협의를 진행해 ‘조건부 위탁관리’ 방식으로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달 18일 국민회 기념재단은 이사회를 열고 유물 2만점을 한국 독립기념관에 조건부 위탁관리 방식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전망
기념재단과 국가보훈처가 곧 체결할 ‘독립운동 사료 조건부 위탁관리 협약서’에는 한인사회가 유물의 반환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돌려보낸다는 내용도 명시됐는데 독립기념관은 유물 2만점을 위탁관리 하는 대신 사료의 복사본은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 수석장로인 최형호 이사는 “유물은 조건부 위탁관리 방식으로 한인사회가 원할 때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다”며 “한인사회가 특수 보관처리가 가능한 수장고와 보관 주체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향후 국민회 기념재단은 한인사회가 유물 보존 및 관리를 담당할 시설과 인력을 갖추면 한국 정부에 반환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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