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이 정당한 사법 집행기관으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유명 정치인의 말을 인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문을 당하고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을 받았던 한인 여성이 30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지난 21일 한국 수원지방법원은 한인 정정자(70·사진)씨가 지난해 재심청구를 신청한 ‘국가보안법위반’ 유죄판결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1984년 10월10일 대법원이 정씨에게 국가보안법 7조1항(북한 고무·찬양) 위반혐의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았고 증거도 없었던 판결이었다고 명시했다.
정정자씨는 1981년 수도권 한 버스회사에서 안내원 교양주임으로 일했다. 정씨는 기숙사 점오시간 한 안내원이 “왜 김대중씨는 매일 형무소에 가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하자 “김대중씨는 1973년 북괴는 자유는 없어도 빵은 해결했다는 말을 했다”는 신문기사를 인용했다. 그는 또 “군대에서 튀어나온 전두환씨가 대통령이 되려하니까 다들 말조심해라. 이야기 함부로 하면 잡혀 간다”고 주의도 줬다.
어수선한 시국을 반영해 버스 안내원을 걱정했던 정정자씨는 1981년 9월15일 성남경찰서 형사들에게 영장도 없이 체포됐다. 정씨는 일주일 동안 가족과 연락도 못한 채 구타 등 모진 고문을 당했다. 얼굴도 못 본 사건담당 송인중 검사는 정씨를 국가보안법 7조1항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군사정권 아래 대법원은 그가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정정자씨는 한국 고등법원이 30년 만에 재심한 ‘무죄판결’을 환영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정씨는 명예를 회복한 사실에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는 “국민 한 사람이 하고 싶은 말 한 마디 했다고 눈을 실명시키고 귀까지 안 들리게 만들었다”며 “한국이 법에 따라 사건을 조사하고 재판도 정당하게 진행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정자씨는 당시 고문과 정신적 충격으로 정상인의 삶을 살지 못했다. 미국 이민 후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는 “한국 사법기관이 짜 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정당한 사법집행을 외면하면 나 같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당한다”며 “한국의 사법정의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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