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면의 무려 70%가 물이다. 하지만 매년 10억명 이상이 물 부족에 고통받고 있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해수담수화는 이 역설적 상황을 해결할 최고의 첨병이다. 다만 1970년대 이래 최고의 탈염기술로 꼽히는 역삼투압 방식은 바닷물의 염분을 99% 제거할 수 있는 반면 유지·운용비 부담이 크고, 막대한 에너지 투입이 요구된다. 자칫 물 부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기후변화만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텍사스 주립대 오스틴 캠퍼스의 분석화학과 박사과정생인 카일 누스트는 막을 통과시켜 불순물(염분)을 걸러내는 물리적 방식이 아닌 전기장을 이용한 신개념 탈염 칩을 개발했다. ‘워터칩(WaterChip)’으로 명명된 이 칩의 내부에는 물이 지나가는 Y자형 미세통로가 구비돼 있다. 통로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부분에서 전류를 흘려 전기장을 형성하면 바닷물 속 소금 성분이 특정 통로로 진행해 고농도 소금물이 되고 나머지 물은 다른 통로로 유입돼 담수를 얻는 메커니즘이다.

워터칩의 라이선스를 획득한 신시내티 소재 신생기업 오케아노스의 토니 프루다키스 사장에 따르면 워터칩 1개로 바닷물에 함유된 염분의 25%를 걸러낼 수 있다.

“다수의 워터칩을 운용하면 순도높은 담수 생산이 가능합니다. 수백만 개를 사용할 경우 이론상 역삼투압 탈염공정을 채용한 대형 해수담수화 플랜트와 동일한 담수 생산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기존 대비 약 50%의 에너지만 투입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