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셔츠 주머니에 넣어두고 읽는 성경책 덕분에 가슴에 총격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오하이오주 중년 남성의 피격사건이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20일 오하이오주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월24일 데이튼시 도로에서 발생한 10대 흑인 불량배 총격사건 조사 결과 피해 신고를 한 리키 왜고너(49)가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버스 운전사로 일하는 왜고너는 사건 당일 오전 5시께 고장 난 버스를 길가에 세우고 살펴보다 흑인 청소년 3명이 다가와 자신에게 총 세 발을 쏘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괴한들은 한 발은 다리에, 나머지 두 발은 가슴에 쐈지만 늘 가슴 속에 넣고 다니던 신약성서가 총알을 막아내 목숨을 건졌다는 게 왜고너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권총 탄도 실험에선 총알은 어떤 각도에서 쏴도 성경책을 쉽게 관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다쳤다는 왜고너의 상처 주변에는 자해 때 생기는 주저흔이 발견됐다.
왜고너는 피습을 당한 상태에서 괴한들과 난투극을 벌였다고 했지만 현장 감식에선 다른 사람의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한 이번 수사에는 FBI(연방수사국)도 참여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경찰은 왜고너가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려고 자작극을 꾸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년째 버스 기사 생활을 하는 왜고너는 사건 당시 회사 징계위에 회부된 상태였고, 10만달러(1억원)의 미납 세금 독촉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왜고너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 말고도 주택 10여채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가 빚더미에 오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왜고너는 경찰 발표를 듣고 집으로 자신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왜고너가 허위 진술로 수사에 혼선을 주고 세상을 농락했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해 기소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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