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정신 나간 사람” “이명박 대통령은 현실적이고 매우 친미적이며 내가 좋아하는 아시아 지도자”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게이츠 전 미국방장관의 회고록 ‘의무(Duty)’가 미국정계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그가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다음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바이든 부통령을 “지난 40년간 외교안보 이슈에서 항상 잘못된 판단을 했던 사람”이라고 혹평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게이츠가 외국 국가원수를 모욕하는 실례를 범했다며 게이츠의 시각에 편견이 있다고 나무라고 있다. 그러나 618쪽에 이르는 그의 회고록을 읽어보면 게이츠가 중도노선의 평화주의자이며, 그의 판단이 매우 이성적이고, 지금까지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솔직한 발언을 작심하고 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전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도 회고록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게이츠는 현직 국방장관이 아니다. 은퇴한 민간인이며 자신의 생각을 회고록에서 표현한 것뿐이다. 그는 미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가장 비능률적이고 철면피며 이기적이고 무례한 사람들”이라고 혹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당선되자마자 나라일 보다 재선작업에 착수한 정치인이며 부시나 오바마 모두 군 수뇌부의 판단을 믿지 않고 의심하는 것이 미 국방정책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미국 역사상 2대에 걸쳐 그것도 공화당과 민주당 대통령을 보좌한 유일한 국방장관이며 8명의 대통령을 모시면서 안보문제를 담당했고 CIA국장까지 지낸 관료 출신이다. 그는 언론에서 역대 미국 국방장관 중 가장 유능한 국방장관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인물이 재임기간의 뒷이야기를 회고록으로 내놓았다는 것은 역사적인 기록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게이츠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인질로 잡혀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그 예로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으로 원자로 건설을 시작했으나 미국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첩자가 촬영한 작업장 내부사진을 들이대면서 “이래도 아니냐”고 했을 때 미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공격해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파괴했는데 미국의 예상과는 달리 시리아의 보복공격이 없었다. 이스라엘은 기가 올라 “보시오, 우리가 이라크와 시리아의 원자로를 파괴했지만 별로 말썽이 없지 않소? 그러니 차제에 이란의 원자로도 우리가 선제공격으로 해치울 테니 미국이 뒷감당을 좀 해주시오”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 국민이 단결하게 되고 전 세계의 이슬람 시아파 국가들이 뭉치게 되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가 지적한 미 국방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 대통령들은 툭하면 군사력 과시로 분쟁을 해결하려 든다는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얼마나 많은 장병들이 희생되는가를 고려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군 장성들이 전쟁의 비참한 결과를 생각하여 군병력 파견을 주저하고 있는 비둘기파에 속한다고 평하고 있다. 그는 미국민과 군인 모두가 전쟁에 지쳐 있어 앞으로 미국의 군사력 사용은 문제해결의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게이츠의 회고록은 미국이 왜 월남전, 이라크 전, 아프간 전에서 병력을 증파하고도 전쟁을 실패로 이끌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세계의 전쟁은 정규전에서 테러전으로 변했다. 그럼 테러전 다음의 전쟁은? 미국은 이에 대해 전혀 준비된 것이 없음을 그의 회고록이 또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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