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회의장에서 끌려 나가는 조선중앙 TV의 장면은 쇼킹하다. 상상을 불허하는 상황 연출이다. 뉴스가 아니라 연속극을 보는 기분이다. 정권의 2인자에 대한 예우는커녕 의도적으로 개망신을 주어 영구매장 시키려는 의도가 뚜렷이 보이는 장면이다.
장성택은 실세 중의 실세인데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를 섬겨온 고참 가신이다. 최고훈장인 김일성 훈장을 탄 인물이고 군계급이 대장이다. 김대중-김정일 남북회담의 막후 준비 실무자였으며 김정일의 오른팔이었다. 그런 장성택이 지금 국방위 부위원장, 당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 위원, 당 행정부장, 당 중앙위 위원, 인민군 대장, 최고인민회의 12기 대의원,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해임되고 당에서 축출 되었다.
도대체 장성택이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저렇게 당하는 것일까. 조선 중앙통신이 열거한 그의 죄목을 보면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 등 20여 가지로 되어있다. 그리고 “여러 여성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고급식당의 뒷골방에서 술 놀이와 먹자판을 벌였으며 마약을 쓰고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녔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종파행위를 자행하고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정도만으로 그의 참모 2명을 총살하고 그를 따르던 주변인물 수백명에 대해 숙청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뭔가 어마어마한 일이 터진 것이다. 제2인자가 쿠데타 음모를 꾸며 역린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북한 중앙통신이 밝힌 그의 죄목 중에 “당의 유일적 영도(김정은을 의미)를 거세하려 들면서 자기세력을 확장하고...”라는 표현이 쿠데타 음모 냄새를 물씬하게 풍긴다. 중앙통신은 장성택의 죄를 ‘양봉음위(陽奉陰違)’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양봉음위’는 앞에서는 순종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다는 뜻이다. 쿠데타 음모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같이 광범위한 검거 선풍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2인자는 호가호위의 권력자에 불과하다. 만약 호랑이를 화나게 하면 자신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수도 있다. 2인자로 머물러 있으려면 약간 바보인척 해야 된다. 히틀러 나치정권의 2인자 괴링이 2인자로 머물러 있었던 것은 그가 좀 모자라는 인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인자는 부하가 없어야 한다. 저우언라이가 마오쩌둥의 영원한 2인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기조직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도 납작 엎드려 지냈기 때문에 후계자가 된 사람들이다. 레닌의 후계자인 트로츠키도 2인자로 등장했기 때문에 도끼로 맞아 죽지 않았는가. 박정희 정권시절 JP(김종필)도 2인자로 떠오르다 물을 먹었고 윤필용도 “박 대통령이 이제는 2인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감옥에 갔다.
장성택 숙청파동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 북한이 법치국가가 아니라 이삼백년 전의 왕조국가 비슷한 체제라는 사실이다. 장성택을 연행하는 장면, 그의 부하 2명이 처형된 사실, 현송월을 포함한 연예인들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섹스물을 보며 김정은 부인 이름을 들먹이다 공개총살 당한 것 등은 북한이 법치국가가 아니라 독재 왕조국이고 김정은이 자기 위치를 공고히 하기위해 어떤 상황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예측불허의 나라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증명 되었다. 이같은 독재체재에서는 김정은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문제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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