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퇴임한 한국의 검찰총장 채동욱의 처신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이 미래가 있는 나라인가 의심스럽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지도층이 보여야 할 시범적 의무를 의미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층 간의 대립을 줄일 수 있다.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을 희생하는 시범은커녕 교묘히 법을 이용해 정당화에 성공한다면 거짓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회풍토가 요령주의로 바뀌게 된다. 이런 사회는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흥청거리지만 모래로 쌓은 사회다.
한국에서 검찰총장이면 리더 중의 리더에 속한다. 귀족계급이며 당연히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의무를 지닌다. 시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다. 법률 전문가가 자신이 지닌 법 상식을 총동원해 요리조리 거짓말 섞인 꼼수만 쓴다면 그런 사회를 외부에서 어떻게 평가 하겠는가. 채동욱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망신이다. 사표감이 아니라 파면감이다.
검찰총장인 그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보도가 처음 터져 나왔을 때는 “바람 피우다 그렇게 됐군. 참 안 됐네”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정심마저 들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섹스스캔들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때 채총장이 “고독한 지방근무가 빚은 실수였다. 숨겨온 것을 국민들에게 사죄한다”고 성명을 낸 뒤 사표를 냈으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채총장이 “검찰을 흔들려는 시도에 굳건히 대처 하겠다”며 음모론 주장으로 맞받아 친 것이다. 그러면서 유전자 검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진실을 규명 하겠다고 까지 했다. 유전자 검사를 자원했다? 그렇다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오보를 낸 신문은 어떻게 되는 거지? 등등 검찰총장이 죽느냐, 신문이 죽느냐의 대결로 몰고 가 판을 크게 키워 놓았다.
그러나 ‘채동욱 쇼’는 그의 첩 임모 여인의 집에서 일한 가정부에 의해 끝장나 버렸다. 엊그제 가정부가 “채총장이 아이의 아버지 맞다”고 확인한 것이다. 그러자 채총장은 또 “엉뚱한 사람과 착각한 모양이라며 법적으로 대응 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가정부는 어이없어 하며 “오리발을 내밀어도 분수가 있지 4년 7개월 채총장 아이를 키우며 그의 얼굴을 봤는데 뭘 더 확인 하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이게 무슨 망신인가.
문제는 채총장의 이와 같은 태도를 야당 정치인과 일부 언론이 감싸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국민판단에 더욱 혼란을 초래했다. 채총장이 정말 결백하다면 신문과 가정부를 걸어 형사고발만하면 모든 것이 밝혀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길을 피하고 유전자 검사 운운 하면서 교묘한 수단으로 당국이 조사를 못하게 하는 바람에 사건자체를 미궁에 빠지게 한 것이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한국에서 검찰총장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이해가 안 된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층은 실수를 실수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부인해 스스로를 재기불능의 함정에 몰아넣는다. 한국과 미국의 풍토차이가 여기에 있다. 빌 클린턴을 보라.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재기하지 않았는가.
지도층의 거짓말하기가 당연한 풍토로 받아들여지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조선민족을 참으로 건질 뜻이 있으면 우리의 가장 큰 원수인 속임을 버리고 각자의 가슴에 진실과 정직을 모셔야 겠습니다”라고 한 도산 안창호의 충고를 기억하자. 한국의 숙제는 ‘정직한 사회의 건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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