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9월 내내 포송포송,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뉴욕의 여름은 갑자기 오지만 가을은 늘 천천히 다가오곤 했다. 8월을 넘기면 살짝 기온이 떨어지면서 하루 이틀 가을 기분이 돌다가도, 그 다음엔 흐리던지 아니면 좀 후덥지근하고 그러다 하루 종일 추룩추룩 비가 온 다음 날은 기온이 현저히 떨어지며 그렇게 서서히 가을이 온다. 또 개학을 하고 얼마 지나면 한 며칠간은 한 여름 같은 ‘인디안 서머’가 있어 아직은 가을이 아님을 일깨우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연일 파란 하늘에 산들 바람이 부는 날씨에 만나는 사람들 마다 명실 공히 ‘ 날씨 좋다’는 인사를 한다. 덕분에 골퍼들은 올 가을 한 없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올해 사과 맛이 좋을 것이라 하니 그것은 굿 뉴스지만 오히려 이 또한 이상기온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가끔 비가 와도 단발적이며, 길 하나 건너 옆 동네는 전혀 비가 오지 않고 소낙비처럼 쏟아지다가 그치는 경우가 흔해 졌다. 아침이면 호수가 많은 이 지역에 안개가 끼곤 하는데 예년에 비해서 안개가 걷히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 느끼기도 한다.
이제는 일기예보를 점점 더 믿을 수가 없어진다. 홍수 예보까지 알려주는 스마트 폰과 날씨 웹사이트의 일기예보가 엉뚱할 때가 많다. 우리 어린 시절 한국의 ‘맑은 날씨에 때때로 비’식 일기예보는 믿을 수 없는 것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면서는 ‘역시 일기 예보가 맞는다.’ 는 말을 자주 했었다.
얼마 전까지도, 시간별 기온변화와 비가 오는 확률까지 세세하게 알려 주는 기상과학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그 날씨라는 것이 인간의 손을 떠난 느낌이다. 지구가 점점 더워질수록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불안하다.
1년 전 샌디 수퍼 스톰에 놀랐던 웨체스터 카운티에서는 벌써부터 언제 닥칠지 모르는 허리케인을 대비해서 주민들에게 비상식품과 양초, 배터리 등을 준비해 놓으라는 충고를 하고 있다. 유난히 나무들이 많고 우거진 숲과 가까이 하고 있는 이곳 주택가에 요사이 나무 자르는 트럭이 자주 눈에 띈다. 폭풍에 대비해서 큰 나무들 가지치기를 하던지 아예 나무를 없애 버리는 것이다. 쓰러지는 나무들은 대부분이 남쪽으로 향한다고 한다. 햇빛을 많이 받는 쪽으로 나무 가지며 잎사귀들이 더 잘 자라 무겁기 때문이다.
날씨를 즐기기보다는 급속히 변해가는 지구에 대한 은근한 걱정으로 어느 새 색이 변하고 있는 집 앞 몇 그루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방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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