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많은 기업가들 마약카르텔의 범죄 피해 샌안토니오에 정착 플로리다의 쿠바계처럼 막강한 정치·경제 세력으로 부상 기대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롤렉스시계를 차고 버버리 타이를 맨 멕시칸 사업가들은 주로 이 도시의 북쪽 시엘리토 린도 레스토랑이나 인근에 새로 생긴 컨트리클럽에서 만난다. 그들의 아내들은 근처 쇼핑몰의 니먼 마커스나, 티파니, 브룩스 브라더스에서 자주 쇼핑을 즐기고 그들의 아이들은 레이건 하이스쿨 주차장에 아직도 멕시코 번호판을 달고 있는 포쉐를 파킹한다. 이들은 멕시코계 합법 이민의 한 부분으로, 가난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요즘의 워싱턴 논쟁에선 언급되지 않는 새로운 물결이다. 멕시코 마약카르텔의 급증하는 범죄를 피해 북쪽으로 몰려든 이들은 수천달러를 지불, 변호사를 고용하여 자신과 가족(하녀 포함)들의 미국체류를 위한 투자 비자를 발급받고 있다.
텍사스 주 몇몇 도시에서 개발된 게이티드 커뮤니티에 모여 정착한 이들의 급성장 중인 영향력은 수십년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뿌리내린 부유한 쿠바계 난민들에 비유되고 있다.
텍사스 제2의 도시 샌안토니오가 특히 이들의 인기 있는 새 삶터다. 이들의 본거지인 멕시코 몬테레이에서도 가깝다. 자가용 제트기로 잠시 날아가면 되는 거리다. ‘도미니온’‘스톤 오크’‘손테라’라는 이름을 붙여 개발된 단지에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도시를 둘러싼 1604번 하이웨이 북쪽의 바위 언덕과 참나무 숲을 가로지르며 개발된 곳이다.
현재 샌안토니오에 사는 멕시코 국적의 이민들은 약 5만명. 이들이 밀집 거주하는 ‘손테레이’ 혹은 ‘리틀 몬테레이’라고 불리는 고급 주거지는 샌안토니오에서 두 번째로 급성장하는 집코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새 이민자들에게 변호사에서부터 학교, 은행, 사무실까지 정착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패키지로 소개해주는 이곳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이 지역이 그들의 물결로 새롭게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여기는 언제나 이중문화 도시이긴 했지만 이젠 이 도시의 한 부분은 새로운 멕시코가 되었다”고 부동산업자인 아나 사라비아는 말한다.
새 이민자들 대부분은 세계 최고 범죄조직 중 하나인 멕시코 마약카르텔에 대한 공포를 이민의 중요한 이유로 꼽는다. 로레나 카날레스(40)는 집 동네 월마트 앞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2년반 전에 두 자녀를 데리고 이곳으로 이주해 이중언어 데이케어를 차렸다.
호세 라모스(55)는 몬테레이에서 2년 전 이민와 이곳에 ‘비아 미아’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한 친척이 납치당해 살해된 다음, 결심한 것이다.
우리엘 아르나이즈(40)는 4년전 멕시코시티에서 아내와 3살짜리 아들과 함께 이주하여 고급 데킬라 수입상을 하고 있다. 아들의 친구들이 납치당한 것을 보고난 후였다.
부유층인 이들은 대부분 다국적 대기업의 취업이나 투자이민을 택하고 있는데 최근엔 수속이 까다로워지면서 시간이 더 걸리고 있지만 몇 주 만에 이주가 가능했던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그렇다고 수속비가 엄청나게 든 것도 아니다. 비자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변호사비는 보통 1,500~6,500 달러 선으로 밀입국 알선비 6,000 달러보다 싼 경우가 허다했다.
‘부자 이주자들(migrantes fresas)’로 불리는 새 이민들은 라티노 시티라 할 수 있는 샌안토니오에서도 이채로운 집단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멕소더스(Mexodus)’를 1910년 멕시코혁명 후 텍사스로 도주해온 망명자들의 물결이나 혹은 1959년 혁명 후 플로리다 남부로 도주한 부유한 쿠바인들과 비교한다.
멕시코 혁명 후 망명자의 손자로 샌안토니오 시장과 연방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역임했던 헨리 시스네로스는 이들을 “마이애미 쿠바계의 영향력과 맞먹는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디아스포라(집단이주민)”라고 정의했다.
투자이민 비자로 이주한 멕시칸 12가정을 대상으로 연구해온 샌안토니오 텍사스대학의 해리엣 로모 사회학 교수는 “이곳은 컨트리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는 고급 동네로 이스트 LA나 샌안토니오 서쪽과는 다른 새로운 멕시칸 집단 거주지”라면서 이 새로운 이민들은 “저소득 멕시칸 이민들 뿐 아니라 샌안토니오의 토박이인 멕시칸 아메리칸들과도 잘 섞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로모교수는 새이민들은 “이민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풍부한 재산과 공식 비자를 갖고 왔기 때문에 자신들이 매우 다른 경험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당국으로부터도 환영받는 존재다. ‘민주당의 떠오르는 별’로 불리는 훌리안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유치를 위해 국경 남쪽을 방문하는가 하면 새로운 이민들이 체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난 그들이 이곳에 뿌리내리고 미국시민이 되어 커뮤니티의 완전한 구성원이 되기 바란다”고 카스트로 시장은 말했다.
샌안토니오 국제공항의 국제승객 숫자는 지난해 전년도에 비해 132%의 증가를 보였으며 멕시코 운행 항공사도 2개나 더 늘어났는가 하면 멕시코로 출퇴근하는 개인 제트기를 조종할 파일로트의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비행학교들이 파일로트 공급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고급 피트니스 센터나 수퍼마켓, 천주교 성당의 주차장엔 멕시코 자동차 번호판들 단 럭셔리 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지역 학교들은 급증한 학생들을 수용하느라, 이중언어 클래스를 신설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이들의 새 이민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멕시코에선 요리사에서 운전기사까지 여러명의 일손들을 두고 살았던 부인들과 아이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멕시코에선 2명의 입주 가정부가 있었는데 여기선 일주일에 두 번 출퇴근하는 멕시칸 아메리칸 파출부로 만족해야 하니 아내가 힘들어한다. 그래서 아예 메이드까지 데리고 이민 오는 경우도 많다” 고 고급 데킬라 수입상 우리엘 아르나이즈는 전한다.
메이드가 없는 일상의 불편은 그러나 아이들이 밖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 수 있는 자유와 맞바꿀 가치가 충분하다고 데이케어를 운영하는 카날레스는 말한다. 몬테레이에선 높은 벽과 쇠창살로 외부와 차단한 집안에 갇혀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웃의 아이들이 납치당해 결국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이곳 손테레이의 게이트가 카르텔로부터 이들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아르나이즈의 이웃인 같은 새 이민 페르난도 마르티네즈는 카르텔의 돈세탁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가 경영하던 이탤리안 레스토랑과 일부 투자사업, 고급 주택과 자가용 비행기 등이 모두 카르텔의 돈세탁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 ‘마이애미 바이스’ 스타일의 돈세탁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국세청의 마이클 르모인 특별수사관은 말한다.
멕시코 부유층의 새로운 집단거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멕시코로 되돌아가는 것을 안전하게 느낄 만큼 신임 멕시코 대통령이 카르텔 범죄단속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