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不)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은 한 닢을 받고 일할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는 공고에 유대인이 손을 들고 나가 일을 시작했다. 잠시 후, 주인이 “점심때부터 오후 기도시간까지 은 한 닢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라고 말하자 기독교인이 수락하고 일을 시작했다. 몇 시간 후, “기도 시간 이후 해질 때까지 은 두 닢을 받고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주인이 외치자 이슬람 성도가 작업에 참여했다. 일당을 나눠주는 시간이 되자 유대인과 기독교인이 주인에게 불평조로 항의했다. “훨씬 더 많이 일한 우리를 제치고 나중에 고용되어 한 시간도 채우지 않은 일꾼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평치 않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나는 자네들을 불공평하게 대우하지 않았네. 약속대로 일당을 주는 것이 내 뜻이네.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베푼 일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이슬람 경전에 등장한 비유에서, 약속을 지킨 주인을 원망하고 공격하는 일꾼의 태도는, 대학으로부터 합격, 불합격 통지서를 받은 일부 학생들과 비슷하다. 일자리 내준 것을 고맙게 여기기 보다 다른 동료와 비교하여 자신을 피해자로 몰고 가는 일꾼처럼 모순된 행동을 하는 것이다.
10명중 적어도 8~9명이 불합격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지원자들은 피해의식 속에 머물게 된다. “나보다 공부 못하는 친구는 붙고 나는 떨어졌다”라는 입학사정 방식을 향한 불평이 터지고, 합격된 학생들 사이에서는 장학금 내역으로 인해 불만이 토로된다. 가령 한 대학에서 실력이나 환경이 비슷한 10명의 합격자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중 한 학생에게는 4만 달러를, 그리고 두 명에게는 2만 달러를, 그리고 나머지에게는 각각 1만 달러를 주었다고 하자. 대학의 뜻대로 베푼 것이다. 세 명의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이 지급되어 나머지 일곱 명이 피해를 본 것이 아닌데도 그 중 몇몇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
형평성 논리로 바라보면, 대학은 유대인ㆍ기독교인ㆍ이슬람 성도를 고용한 주인과 비슷하다. 즉, 불합리ㆍ불공정ㆍ불평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적어도 주인은 일하기를 원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책정한 임금은 주겠다고 약속하고 그것을 지켰다. 그러나 3불(不)이 넘치는 입학 사정처의 마케팅 정책은 출발점부터 주인과 다르다. 학업수행의 능력 유무를 가리지 않고, 최대 다수에게 지원을 종용하여 최대 지원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제군같은 학구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라는 초청장을 받은 J군은 분통이 터졌다. “3.0을 겨우 넘는 학점, 중간 점수를 약간 웃도는 SAT점수인데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지원하라고 이메일을 하네요.”
19세기 초 미국을 방문한 프랑스인 토크빌은 미국인들이 번영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에 떠는 사회적인 현상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저서를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불평등이 사회 전체를 주도할 때는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시 여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평등해지면 제 아무리 작은 불평등이라도 금방 알아차린다. 그래서 풍요 속에서도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불안해하며, 삶을 혐오하기에까지 이른다.”
만일 대학이 수준 미달 지원자들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불공정한 입학사정제도를 전면 공개한다면, 당락의 결과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 듯한 상황을 만들어 무자비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끊임없는 욕망ㆍ불안ㆍ수치심만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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