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아일랜드의 주민들이 포터킷에서 중국의 고대 권법체조인 타이치를 수련하고 있다.
중국인 커뮤니티에는 반드시 타이치 수련 모임이 있다. 대규모 중국인 집단촌이 형성된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뉴욕과 LA, 호놀룰루 등지에서도 매일 아침 자발적으로 모여 타이치를 수련하는 중국인들을 볼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전해져 내려온 타이치는 태극권이라는 권법이다. 송나라 시대에 무술로 틀을 잡은 후 심신수련을 위한 대중체조로 변형돼 급속히 보급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매주 한차례, 2시간씩 10주간 그룹으로 운동
참가자 94%가 놀랄만한 증상완화 보여줘
신체건강 증진·불안감 해소 등 부수 효과도
이제까지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술의 기본 초식을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린 연속동작으로 전개하는 타이치는 상당한 건강증진효과를 지니고 있다.
특히 관절염과 온몸의 만성적 근골격계 통증인 섬유근육통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 노인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느린 동작과 호흡을 명상과 결합한 타이치가 우울증치료에 빼어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노인들의 우울증은 치료가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여러 가지 질병이 깃들게 된다. 이 때문에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은 매일 정기적으로 이런저런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약물 내공’이 쌓인 노인들에게는 우울증 치료제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높아진 내성 탓에 노인들의 경우 약물치료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노인 심리학 저널에 실린 논문은 UCLA의 연구팀이 112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모두 중증 우울증 판정을 받은 환자들로 평균 연령은 70세였다.
연구에 참여한 노인들은 먼저 약물치료부터 받았다. 렉사프로(Lexapro)라는 우울증 치료제를 사용한 결과 이들 가운데 73명이 부분적인 개선효과를 나타냈지만 우울증 판정 기준에서 여전히 높은 점수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증세가 개선된 73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한 명의 노인도 중도하차 시켰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거친 73명의 노인들을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첫 번째 그룹에는 10주간의 타이치 운동을, 다른 그룹에는 10주간의 건강교육 실시했다. 건강교육에는 10분간의 간단한 스트레칭 운동을 포함시켰다.
두 그룹에 속한 노인들은 매주 한 차례씩 모여 한 번에 두 시간씩 정해진 운동을 하고 교육을 받았다.
10주가 지난 뒤 첫 번째 그룹에 속한 노인들의 94%가 우울증 진단검사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루었다. 두 번째 그룹에서도 77%의 참여자들이 같은 결과를 보였다.
또한 타이치 그룹에 속한 노인들의 65%, 교육 그룹에 편입된 참여자들의 51%가 확연한 증상완화 효과를 나타냈다.
타이치 그룹으로 분류된 노인들은 신체 기능과 인지력 검사에서 이전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고 신체 통증 수준을 측정하는 혈액검사 결과도 호전됐다.
논문 작성을 주도한 UCLA 심리학 교수인 헬렌 레브레츠키 박사는 “타이치의 효과는 한마디로 말해 극적이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녀는 심리상담 전문의가 노인 우울증 환자에게 또 하나의 약을 추가로 처방해 주는 대신 전혀 힘들지 않고 누구나 어디서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타이치와 같은 운동을 “처방”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브레츠키 박사는 타이치 그룹과 건강교육그룹에 속한 노인 우울증 환자들 모두가 증세 호전을 보인 주된 이유로 타인과 함께 어울려 지낸 시간을 꼽았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우울증 환자에게 고립감은 독이다. 따라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동일한 목적으로 모여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우울증을 치료해 주는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레브레츠키 박사는 이같은 사교적 측면을 두 그룹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증세 호전의 이유로 확신했다.
그녀는 “건강교육 그룹에 속한 노인들의 증상 완화는 순전히 사회적 상호작용과 유대감에 기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치 그룹에 속한 노인들은 우울증 증세만 완화된 것이 아니었다. 신체기능과 삶의 질이 개선됐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눈에 띄게 해소됐다.
태극권, 즉 타이치는 여러 유파를 거느린다.
오랜 세월을 거쳐 대를 이어 전수되면서 강조되는 기본 동작과 수련법에 다소 차이가 생겼다.
이 가운데 UCLA 연구에 채택된 타이치는 20개의 단순한 동작을 사용하는 타이치 치다.
타이치 치의 특징은 전혀 힘들지 않을뿐더러 동작이 간단해 노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브레츠키 박사는 노인들의 우울증 치료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가 더욱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나이든 우울증 환자들의 3분의 2는 초기 약물치료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첫 번째 약물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의사들은 추가로 약을 처방한다. 그러나 이미 다른 건강문제로 인해 하루 10~15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에게 처방약 추가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 새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울제를 처음으로 처방받은 65세 이상 환자들 가운데 무려 65%가 완만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레브레츠키 박사는 타이치 수련이 집단체조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타이치를 수월하고도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차원의 건강증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레브레츠키 박사는 타이치 수련을 통해 건강이 개선되면 하루 한 줌 이상인 노인들의 처방약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 가운데 상당수는 통증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타이치가 중국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보건체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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