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0시(한국시각)를 기해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공식임기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북감시 및 경계태세를 확인하는 등 국가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현충원 참배, 국회의사당 취임식 및 복주머니 개봉행사 참석, 공직자 임명장 수여 등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약속했다.
창조경제·경제민주화가 주춧돌
북 핵실험등 안보위협 강력대응
■정치
이날 취임사에서 정치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날 취임사의 키워드로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을 꼽은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A4 11페이지 분량의 취임사에서 정치 부분을 언급한 것은 10번째 장에 그쳤을 정도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사에서 정치개혁 부문에 많은 비중을 둔 것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캐치프레이즈에 맞춰 국민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을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정책에 포인트를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강조해 온 정치개혁 약속은 임기 5년 동안 ‘보여주기 이벤트식’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조용히 실천하는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부에 대한 신뢰’라는 점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선보인 것으로 읽힌다.
■경제
박 대통령은 이날 새정부의 비전인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경제부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면서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으로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경제부흥의 양대 주춧돌로 삼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한 시장질서의 토대 위에 성장과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요약할 수 있는 창조경제론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모든 산업에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경제가 새 정부의 성장동력이 된다.
■외교·안보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안보위기가 비중 있게 언급됐다. 박 대통령은 ‘국민안전’ 차원에서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 같은 인식은 새 정부의 지향점인 ‘국민행복’은 튼튼한 안보가 울타리로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출발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 2월12일 제3차 핵실험 이후 연발했던 강력한 경고음을 거듭 보냈다. 핵개발을 멈추고 하루 빨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라는 요구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은 하루 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회·문화
박 대통령은 국가발전 및 국민행복의 주춧돌로 경제부흥과 함께 ‘국민행복·문화융성’이라는 사회·문화 분야의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경제부흥만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구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맥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 첫 업무‘안보 점검’
■ 첫 날 24시간 강행군
박 대통령은 25일 0시 통치권을 인수받자마자 제18대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첫 업무는 안보상황 점검이었다.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을 공식 인수받은 박 대통령은 0시 정각 서울 삼성동 사저에서 군에서 설치한 핫라인(군 비상통신망)을 통해 합동참모본부에 전화를 걸어 정승조 합참의장과 통화, 대북 감시 및 경계태세를 확인하고 점검했다.
박 대통령은 정 의장에게 “의장을 포함해 전 장병의 노고를 치하한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군이 대비태세를 해달라”며 “대통령은 여러분을 믿는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수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임 박 대통령의 얼굴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 것은 이날 오전 10시께. 삼성동 사저 정문을 나온 박 대통령은 자신을 환송하는 동네 주민들과 짧은 시간 인사를 나누며 선물을 주고받고 23년간 살아온 사저를 떠났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이동, 정부 대표와 현충원 안장 유가족, 국가 유공자등 35명과 함께 국립묘지를 참배, 분향한 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로 향했다.
오전 10시55분께 국회 취임식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취임선서와 취임사, 이명박 전 대통령 환송 등 절차를 거치며 취임식을 마무리했다.
취임식이 끝난 시간은 낮 12시30분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이동한 박 대통령은 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광화문광장에서 국민 희망메시지를 전달받는 ‘복주머니 개봉행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낮 1시30분께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청운효자동 주민의 환영을 받으며 청와대에 입장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도착해서도 숨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임명장 수여 등 내부행사가 잡혀있었고, 각국 정상급 외빈을 비롯한 경축 사절단 30여명과 연쇄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 반쪽 정부·청와대로 시작
박 대통령이 25일 0시를 기해 제18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과 역할을 인수해 법적 임기를 시작했지만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방송통신위원회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정홍원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직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더욱이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7일부터나 시작될 예정이어서 불가피하게 ‘이명박(MB) 내각’으로 출발을 하게 됐다.
역대로 이전 정부 출범 당시에도 국무위원 인선이 지연되긴 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새 정부 출범 이전에 확정됐었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26일 국회 본회의 처리도 불확실한 데다 민주통합당이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를 포함해 최소한 3명은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한과 부친이 2개의 그림자”
■ 각국 언론반응
미국 언론들은 24일(현지시간)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지휘할 박 대통령이 북한과 부친이라는 부담을 떠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이날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2개의 거대한 그림자’(shadow of two giants) 속에서 취임한다”면서 “첫 번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망령이고, 두 번째는 부친 박정희의 유산”이라고 논평했다.
중국 언론은 25일 박근혜 정부의 출범 소식을 전하며 대북 정책의 방향성에 주목했다.
관영 통신사인 중국 신문사는 이날 ‘박근혜 정부가 북핵 도전에 직면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 한국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책 사이에서 대북 정책기조를 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안보, 외교, 경제 분야에서 새 정부가 직면한 과제를 집중 조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는 북한에 대한 대응, 이명박 정권 시절 악화한 한일관계 회복,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 확립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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