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서쪽에 위치한 대학으로 가라. 그곳에서 귀인을 만날 것이다.”“글씨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니 의사가 될 팔자다.”“검사 결과인류학 혹은 고고학 쪽이다.”
자신의 대학과 전공, 진로의 방향타가 궁금한 나머지 역술인과 필체감정사, 그리고 적성탐색검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를 놓고 J양은“시애틀에서 서쪽이면 바다밖에 없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의사가 되기는 싫고, 돈벌이 안되는 전공은 싫은데…”라는 고민에 빠졌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의 진로 문제를 놓고 끊임없는 불안, 걱정에 싸여있다. 불확실한 내일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불안감을 줄이려는 도구로써 적성검사를 단연코 으뜸으로 삼는다. 심지어 손가락 지문으로 개인의 선천적 재능과 성격은 물론 장래직업까지 파악해주는 지문적성검사까지 등장했고, 그것을 객관적,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테스트로 받아들이고 신뢰하여 자신의 모든 삶을 올인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이 세상에 개인 신상을 낱낱이 파악하여 그의 앞길을 예측하고 가이드할 수 있는 도구나 예언자가 존재할까.
인간을 몇 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하고, 몇 가지 혈액형으로 나누고, 몇 가지 관상으로 구분하여“이리 가라, 저리 가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로 앞길을 가이드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본성을 살펴보면 적성검사는 길라잡이가 아니라 사람잡이로 돌변할 수 있다.
적성검사의 가장 큰 문제는 치르는 시기와 치르는 자의 태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데 있다. 플로리다 대학의 리처드 그리피스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6주 간격을 두고 똑같은 내용의 적성검사를 실시했다. 차이점은 한가지뿐이었다. 두 번째 검사를 실시할 때 학생들에게 “이번 것은 기업 채용에 사용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결과 똑같은 질문에 학생들의 30%가 두 번째 검사에서는 첫 번째와 다르게 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성검사의 두 번째 문제는 사회와 직장에서 요구하는 창의력, 인간관계, 성실성 등을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전문 분야에서 요구하는 세부적인 능력과 기술을 정확하게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신과ㆍ성형외과ㆍ응급실 의사 등 모두가 의료분야에 소속되어 있지만 요구되는 성향은 각각 다르다. 정신과는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성형외과는 예술적인 안목이 필요하며, 응급실은 순간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요구한다. 이런 변수는 일반화된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한 전공이나 직업과 적성의 불일치를 불러온다.
적성검사의 세 번째 문제는 치르는 자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이다. 특히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 초중고교에서 경험하는 것과 대학에 진학해서 경험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지선다형에 익숙한 그들이 자신이 지닌 소질과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성검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나아가, 설사 자신의 적성 소재지를 파악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정적으로 인간은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을 알고, 아인스타인처럼 조직적으로 생각하고, 욥처럼 인내심이 넘치지 않는다. 환경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의지ㆍ태도ㆍ행동은 물론 성격까지 변하는 것이 인간이다. 해서, 자신의 미래를 점치려는 노력보다 원하는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기본기를 다지는 것에 올인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임을 사람들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성검사에 연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를 점쳐보려는 염원 속에 침전된 무의식적인 바램 때문일까. 아니면 적성검사 상술에 넘어가는 인간의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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