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고려정 – 우거지 갈비탕

이번 2013년 계사년을 맞아 필자가 식객에서 처음 소개할 음식은 ‘고려정’의 ‘우거지 갈비탕’이다. 새해 첫 주, 정오가 약간 지난 시각 찾아간 이 식당 안에는 곳곳에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인 한인들이 눈에 띄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를 상대로 추천 메뉴를 물어보았으나 돌아온 것은 인심 좋은 웃음과 함께 모두 맛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필자는 저녁에 왔었다면 갈비를 추천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테이블 위 종이에 새겨져 있는 Kim’s BBQ가 그것을 예상케 했다.
딱히 메뉴를 추천 받지 못한 필자는 메뉴판을 보며 점심으로 해결하기 좋은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우거지 갈비탕’을 선택했다.
음식을 시키자 뚝배기에 담긴 계란찜을 포함해 16가지 밑반찬 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필라델피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필자는 이것을 보고 웬만한 한국 식당에서 나오는 밑반찬들보다 더 종류가 많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치 한국의 한정식 전문점에서 16첩 반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화려하고 다양한 에피타이저라며 놀라워할 것 같았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우거지 갈비탕이 나왔다.
우거지 갈비탕의 핵심은 역시 ‘갈비’와 ‘우거지’ 그리고 그것을 다 함께 어우르는 ‘탕’의 깊은 맛일 것이다.
우선 소 갈비살 부위로 만들어진 고기는 한입 크기로 잘려 되어 나와 먹기가 쉬웠다. 갈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답게 육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뛰어났다. 또한 적지 않은 양의 갈비가 들어가 있어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우거지 또한 충분히 들어가 있어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필자와 같은 메뉴를 시킨 동행인은 예전에 속리산에서 먹었던 깊은 맛의 우거지가 생각 난다며 연신 만족함을 표현했다.
본래 필자는 우거지가 단순히 어떠한 식물의 줄기를 말린 것으로 생각했으나 필자의 동행인들은 무청을 말린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필자가 다시 알아본 결과 그것은 ‘시래기’였다.
<잠깐 상식: 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겨우내 말린 것을 시래기라 하며 배추 같은 푸성귀에서 뜯어낸 겉 대를 우거지라고 한다.>
우거지는 탕, 국 요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한국인의 전통 식재료 중 하나다. 섬유소질이 풍부하여 다이어트에도 좋다. 배추는 열량이 적은 반면 비타민C가 풍부하여 감기예방과 변비,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탕은 약간 삼삼한 맛이 났다. 짜게 먹는 것을 싫어하는 필자의 입맛에는 잘 맞았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탕은 갈비, 우거지와 조화를 잘 이루었다. 또한 밑반찬으로 나온 겉절이와 깍두기는 탕과 궁합이 맞아 아삭거리는 식감을 즐기며 먹을 수 있었다.
추운 겨울날 커다란 뚝배기에 갈비와 우거지가 함께 어우러져 한국인 고유의 식탁까지 올라온 ‘우거지 갈비탕’. 한인식당이 밀집해 있는 거리로 유명한 5가에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이 식당에서 먹은 한 그릇 우거지 갈비탕은 필자의 겨울 나기를 잘 지켜줄 것 같았다.

▶’食客(식객)’이 본 고려정의 특징 - ①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가 인상 깊었다 ②마음껏 퍼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들에게 큰 인기가 있을 듯


글쓴이: 필라 식객 이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