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명 탑승자 중 37명 중경상…사망자 더 늘어날 듯
신원파악 안돼 가족들 애타…멀쩡한 할머니도 있어
구랍 30일 오리건주 동부 펜들턴 인근 I-84 하이웨이에서 발생한 한인 관광버스 빙판길 추락사고는 최악의 미주 한인 관련 교통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지 경찰과 생존자, 가족 등에 따르면 이 관광버스에는 운전사와 가이드를 포함해 모두 4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은 겨울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캐나다 밴쿠버 BC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미 서부 관광길에 나섰던 10대 중고생과 시애틀지역 한인 노인, 연말을 맞아 한국에서 시애틀 자녀를 방문하러 온 부모 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밴쿠버BC의 미주여행사와 로얄투어, 시애틀의 그린여행사 등 여러 한인 관광회사를 통해 모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여행사 소유인 대형 관광버스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2일 밴쿠버BC를 출발해 당일 시애틀에서 탑승객을 추가한 뒤 캘리포니아, 라스베가스, 유타, 아이다호를 거쳐 8박9일만인 30일 오후 시애틀을 거쳐 밴쿠버 BC로 귀환할 예정이었다.
“눈길서 너무 빨리 달렸다”
연말을 맞아 한국에서 밴쿠버BC를 방문한 뒤 서부여행에 나섰다가 다행히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은 유병우(25ㆍ사진)씨는 인터뷰에서 “안개가 끼고 눈이 내리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달린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눈길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급 브레이크를 밟더니 옆으로 돌아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언덕 아래로 3차례 굴렀으며 깨진 유리창으로 돌이 튀어 들어오고, 비명 등 아비규환 상황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경상을 입은 조모 할머니는 깨어진 차창을 통해 밖으로 나와 엉겁결에 절벽을 기어 올라갔다며 사고규모에 비해 전혀 다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오리건주 교통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구조에 나섰지만 버스가 30m 아래로 굴러 떨어진데다 암벽으로 된 곳에 박혀 피해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31일 오전 현재 사망자는 9명, 나머지 37명은 중경상을 당했지만 이 가운데 7명은 퇴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30여 부상자는 오리건주 펜들턴과 워싱턴주 왈라왈라 등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오리건 포틀랜드와 시애틀 하버뷰 병원 등으로 이송돼 분산 치료를 받고 있다.
최종 신원 파악 늦어질 듯
경찰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모두 한인들인데다 언어장벽과 신분증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신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시애틀지역에 있는 한인 B씨는 “시부모님과 한국에서 온 친정 부모 4명이 8박9일 일정으로 이 관광버스에 탑승했는데 시아버지만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3명의 상태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U씨 등 시애틀 한인 70~80대 할머니 4명도 지난 22일 시애틀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으며 이 가운데 이모(82)씨의 생존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애틀 총영사관은 사고 당일인 30일 밤 사건 담당 최철호 영사를 현지로 파견해 피해자들의 신원 파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