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쌔…….” 는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저는 지금까지 이 말을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내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도시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나무자체에 대해 무관심했으며 나무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 지는 신경도 쓴 일이 없었습니다. 높고 튼튼한 빌딩을 지으려면 그만큼 기초가 깊어야 하는 것처럼 나무도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뿌리깊은 나무라는 말은 70년대 신학과 사상을 논하는 잡지 이름이었다는 것과 얼마 전에 인기 있었던 한국의 드라마의 제목이어서 그저 세종대왕이나 한글에 관련된 문학작품 속의 한 구절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말에 동부지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샌디는 저로 하여금 뿌리깊은 나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현재도 샌디의 피해로 인해 많은 분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재난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찾아 오지만 여유 있는 분들보다는 역시 힘든 분들이 더 어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부촌의 맨하탄이나 롱아일랜드 지역의 참상보다도 비교적 가난한 사람들이 모 여사는 스태튼 아일랜드 지역 의 피해는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태풍 샌디는 가난한 지역 사람들 보다 부촌 지역사람들을 몹시 괴롭힌 태풍으로 인지되는 경향이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전기가 나간 지역도 부촌이 더 많았고 전기가 들어왔어도 가장 늦게 들어온 지역 역시 부자 동네가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런지 통계로 확인한 것을 본일은 없지만 꽤 그럴듯한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나무였습니다. 가난한 지역의 나무들은 누가 물을 주거나 비료를 주는 일이 없어 혼자 힘으로 열심히 살아서 튼튼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물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나무는 열심히 땅속 깊이 뿌리를 보내 물과 양분을 흡수했고 사람이 정성 들여 키운 나무들보다는 잘 자라지 못해 바람 받는 면적이 적어 이번 태풍에 견디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잣집 동네의 나무들은 스프링 쿨러가 밤낮으로 돌고 비료가 시시때때로 알맞게 전달되어 우람하게 자랐지만 뿌리가 그저 잔디 뿌리 정도로 옆으로 얇게 뻗어 이번 바람에 쉽게 쓰러졌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이번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을 꽤 보았는데 상당수 나무의 뿌리가 너무나 옆으로만 자라있고 나이에 비해 덩치는 엄청나게 커서 깜짝 놀랐습니다. 만일 이러한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뿌리깊은 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좀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 분야에서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만 추어도 히터를 펑펑 때주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닌 것 같고 음악 레슨의 경우에도 조금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중도에 그만두는 아이들에 대해 너무나 너그러운 우리들이 문제는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생도 없이 고민도 없이 쑥쑥 성장한 우리 자녀들이 어려움이 닥치고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잘 극복할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교육이 이 시대에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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