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실대출이 원인
주주들도 실망과 기대 엇갈려
서북미 최대 한인은행으로 입지를 다져왔던 PI뱅크(행장 폴 사바도)가 LA에 본점을 둔 한인은행인 BBCN은행(구 중앙은행)에 매각된다는 소식을 접한 시애틀지역 한인들은 한결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애틀 한인사회가 커지면서 자체 한인은행을 갖자는 염원을 담아 2001년 11월 탄생했던 최초의 지역 한인은행이 전후 최악이었다는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간판을 내리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는 것이다.
PI뱅크가 창립 12주년이 되는 내년 상반기중 간판을 내리게 것은‘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대출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PI뱅크로부터 대출을 받은 모텔, 식당, 세탁소, 그로서리 등 한인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로 제대로 상환하지 못한 융자금이 1년 전인 지난해 9~10월 총자산 2억2,900만 달러의 16%인 3,6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부실자산 증가로 PI뱅크 최대 주주로, 백순고 행장을 잠시 영입했던 것을 제외하고 행장과 회장을 도맡아왔던 박우성 전 행장이 지난해 10월 일선에서 완전 물러났다.
이어 지난해 11월30일자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종의 제재인‘동의명령(consent order)’을 받았다.‘동의명령’은 부실대출자산을 기간 내 처리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라는 감독기관의 ‘강제성 명령’이다.
PI뱅크는 이 같은 명령에 따라 이사진과 임원진을 대폭 교체하고 부실자산 처리를 통한 자산 건전성 확보에 나서 회생을 시도했으나 부실자산 처리로 인한 적자의 늪에서 나오지 못해 결국 매각의 길을 택하게 됐다. PI뱅크의 임원 및 이사진과 박우성 전 행장 등 최대주주들은 LA지역 한인은행들 및 서북미 은행인 유니뱅크 등과도 매매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PI뱅크측은 매각 조건으로 주당 2달러 이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1.75달러로 최종 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00년 주당 10달러로 발행된 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통해 현재 장부가가 주당 2.50달러인 PI뱅크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들은 30%정도의 손실을 보게 됐다. 물론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을 샀던 한인들의 손실액은 좀더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인수 합병 조건에 대해서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박우성 전 행장 등 최대주주들이 찬성한 상태에서 이번 협상이 이뤄진 만큼 별다른 무리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소액 주주들도 “액면 가격으로만 보면 손해를 입은 것이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탄탄한 은행에 매각이 성사돼 회생을 길을 걷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매각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PI뱅크 직원들도 인수ㆍ합병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절차가 마무리되면 인력조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향후 귀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수 이후 고용 승계 등의 문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BBCN측이 인수 조건 등을 담은 계약서를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예정이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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