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 이어 첨단 섬유 소재를 둘러싼 코오롱-듀폰 간 소송도 참패하면서 미국 법원이 한국 기업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법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미국에서 점점 강화되고 있는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코오롱의 아라미드 섬유 소재 ‘헤라크론’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듀폰의 요청을 받아들여 “헤라크론의 전 세계 생산 및 판매, 판촉 등을 향후 20년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 법원은 앞서 지난해 11월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에 9억1,99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코오롱측은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나 재판 절차상으로 정당성이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배심원단이 듀폰의 사업기반이 있는 버지니아 주민들로 구성된 데다 아라미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일반인들이어서 애초부터 불리한 소송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판 과정에서는 코오롱측에 유리한 증거와 증언이 모두 배제되고 듀폰의 입장만 받아들이는 등 미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주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코오롱은 주장했다.
9억달러가 넘는 배상금 규모도 법원이 명확한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은 채 듀폰이 아라미드 기술 개발에 들인 비용을 기초로 요구한 금액을 그대로 수용해 결정했다. 미국의 일개 지방법원이 관할권을 벗어나 전 세계 생산·판매 금지 명령을 내린 것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코오롱의 한 관계자는 “판매금지 명령은 통상 각 국가가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며 “관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월권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법원 판결의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앞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소송에서도 있었다.
애플의 압승에 일조한 배심원단이 애플 본사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것도 코오롱 소송과 닮은 꼴이다. 특히 배심원단 대표인 벨빈 호건이 애플 ‘아이팟’에 적용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련의 소송 결과를 놓고 최근 두드러진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제적 견제가 커지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장기화하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산업적 보호주의 경향은 미국을 넘어 유럽과 중남미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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