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력 향상을 가져온다는 스포츠 상품의 광고는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 드링크 제조사들이 자사 제품의 효능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로 광고물에서 인용한 연구 자료는 과학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상품 광고에는 어김없이 거품이 끼어 있다. 연방식품의약국(FDA)과 같은 감독기구의 감시대상에서 제외된 제품들일수록 정도가 심하다. 대부분이‘뻥튀기’식 과대광고거나 전혀 효과가 없는 허위광고다. 스포츠 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력 향상을 가져온다는 스포츠 상품의 광고는 단 한 건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허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효능 지나치게 과장 뒷받침할 증거 거의 없어”
일부는 자사 연구소 자료 인용으로 객관성 결여
조사대상에 포함된 스포츠용품 기업들은 그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내놓은 광고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합창’을 했지만 옥스포드대 선임 임상과학자 매튜 톰슨 박사의 과학적 검증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제품은 나오지 않았다.
톰슨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스포츠 드링크, 경구용 보충제, 신발류, 운동복 외에 손목 밴드와 압박 스타킹 등 100개의 종합잡지와 영국과 미국의 10대 스포츠/피트니스 잡지에 등장한 광고들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바디빌딩 전문잡지에 실린 광고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체중감량제, 피부와 미용상품, 건강기구와 운동기계들을 소개한 광고도 배제했다.
연구팀은 온라인 공간도 이 잡듯이 뒤졌다. 상품의 효능을 뒷받침 해줄 참고문헌이나 연구결과를 언급한 광고가 이들이 찾는 표적이었다.
그 다음 작업은 광고에 등장한 연구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였다. 조직적인 무작위 실험이 가장 높은 등급의 점수를 받았고, 무작위 개별실험, 비무작위 실험이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 의견과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는 가장 낮은 등급이 주어졌다.
이렇게 광고에 인용된 ‘참고자료’의 등급을 정한 연구팀은 잡지를 뒤져 수집한 615건의 스포츠용품 광고물의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우선 이들 가운데 해당 상품이 경기력이나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을 담은 광고 54건을 추려냈다.
하지만 상품효과를 뒷받침 해주는 참고 자료, 예컨대 XX 대학의 논문이나 YY 연구소의 실험결과 등을 인용한 광고는 고작 세 건에 불과했다. 그 나머지는 스포츠 상품의 효능에 관한 최소한의 객관적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은 100% 거품광고였다.
연구팀이 검색한 53개 웹사이트에는 총 114건의 참고자료 인용이 담겨 있었다. 톰슨 박사와 동료들은 웹사이트 광고를 낸 기업들 중 42개소에 협조공문을 띄워 추가로 제시할 참고자료가 있으면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27개 업체가 반응을 보였고, 이들 중 9개 광고주들이 추가 자료를 제공했다.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자료들을 검토해 출처가 불분명한 복사본과 임상연구 결과가 담기지 않은 책들, 동물실험에 바탕한 논문, 설문조사 등은 제외시키자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연구 자료는 총 74건으로 줄어들었다.
실험 참여자들의 거의 절반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었고 40%는 지구력 종목 선수였으며 11%는 전문 운동선수였다.
74건 중에는 참여자가 누구인지 불확실한 연구도 한 건이 있었다.
‘BMJ 오픈’ 온라인 저널에 실린 톰슨 박사팀의 분석에 따르면 단 세 건의 연구만이 높은 등급의 신뢰성을 인정받았으나 이들 중 어느 것도 특정상품을 매개로 삼지 않았다. 상품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두 건의 실험은 리놀레산 보충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한 건은 다리 경련 치료에 구연산 마그네슘이 효과가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통제된 실험이었다. 이들 세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한 제조업체는 광고에 내보낸 단백질 음료와 정제의 효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로 1930년에 실시한 주의 신진대사에 관한 비교연구를 제시했다.
톰슨 박사에 따르면 파워레이드(Powerade) 제조업체인 코카콜라는 전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10건의 참고자료를 제시했다.
이들 중 한 건은 코카콜라로부터 무제한 자금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이었고 다른 한 건은 이 음료회사의 계열단체인 토레이드 스포츠 사이언스 인스티튜트의 디렉터가 직접 썼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라고 기업체의 자금지원을 받는 연구소나 ‘같은 식구’가 작성한 참고자료는 한 마디로 ‘제 논에 물대기’가 될 수밖에 없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한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코카콜라를 비롯한 스포츠 드링크 제조사들이 제출한 인용 자료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톰슨 박사는 “음료회사들이 탈수증을 스포츠 드링크로 치료해야 하는 새로운 병으로 포장해 시장을 만들어냈다”며 “스포츠 음료는 값이 비쌀뿐더러 설탕과 칼로리량 또한 대단히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맞서 파워레이드의 여성 대변인은 톰슨 박사 연구팀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늘 타당하고 증거에 입각한 과학적 방식에 의존해 소비자들에게 한 약속을 확실히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파워레이드와 게토레이드는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과 협력해 만들어낸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미 음료협회도 톰슨 박사가 이미 널리 알려진 스포츠 드링크에 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간과하는 편향성을 보였다며 제 식구 거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음료협회는 톰슨 박사 측이 놓친 연구결과가 무엇인지 적시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존스 홉킨스 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의 전염병학 교수 케이 딕커신은 톰슨 박사 팀의 연구 방식에 일부 회의를 표시하면서도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제기한 효능이 지나치게 과장됐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너무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반발이 드세 지자 톰슨 박사 측은 “스포츠용품 제조업체들의 주장을 확인할 대표적인 샘플을 확보하려 했지만 최악에 해당하는 제품을 취했을 수도 있었다”며 “보다 많은 시간을 허용해 주었다면 기업들은 제품이 효능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반면 컬럼비아대학 메일맨 공중보건대의 부교수 Y. 클레어 왕 박사는 옥스포드대 연구방식과 증거추적은 철저했다며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존스 홉킨스의 에릭 배스 박사도 “기업들이 밝힌 증거가 제품의 효능을 거의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아마추어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죽어라 연습할 필요 없이 경기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약속’이 얼마나 강력한 유혹인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왕 박사는 “진짜 그런 제품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경기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상품들이 너무 많아 정말 놀랐다”며 “그러나 증거를 중시하는 과학도로서 이들이 제공하는 혜택에 난 늘 회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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