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1,500피트 상공에서 내려다 본 ‘세계의 수도’ 맨하탄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허드슨강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고층 빌딩숲은 마치 스스로에게 왕관을 씌운 듯 제왕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고, 9.11테러로 무너졌던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뉴욕 최고층이라는 타이틀을 되찾아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본보는 신상철 기장이 조종하는 경비행기 ‘워리어’에 탑승해 우리 삶의 현장을 하늘에서 담아냈다.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9시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의 리퍼블릭 공항. 맨하탄 하늘을 보여주겠다며 본보 취재진을 초청한 뉴욕한인조종학교 신상철(67) 기장은 이륙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날 취재진이 탑승하게 된 경비행기는 ‘파이퍼’(Piper)사가 1979년 제조한 단발식 엔진의 4인승 짜리 ‘워리어’ 기종으로 신기장과는 10년을 넘게 하늘을 누벼왔다. 최고 속력은 시간당 200마일, 한번 주유로 최장 6시간 비행이 가능해 뉴욕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날아갈 수 있다.
▲신상철(왼쪽) 기장과 본보 함지하 기자
신 기장이 시동을 걸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관제탑으로부터 취재진을 태운 비행기에 이륙 허가가 떨어지자 신 기장은 능숙한 솜씨로 활주로를 달려 미끄러지듯 하늘로 이륙했다.
이날 비행기의 항로는 롱아일랜드 이스트 파밍데일을 출발, 퀸즈 베이사이드를 지나 브롱스를 거쳐 맨하탄 허드슨강변을 난 뒤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늘에 올라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롱아일랜드의 대저택 단지. 하나같이 분수대와 수영장, 골프 연습장이 일종의 공식처럼 설치돼 있었다. 집과 집 사이 경계는 담벼락이 아닌 작은 나무숲이 대신해 이들이 대저택임을 실감케 했다.
이어 롱아일랜드만 상공 위를 날던 비행기의 왼편으로 퀸즈와 브롱스를 연결하는 스록스넥 브리지, 와잇스톤 브리지가 차례로 등장하자 신 기장은 “저 너머가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베이사이드와 플러싱”이라고 알려줬다. 창밖 멀리로 뉴욕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륙한 지 약 15분이 지나면서 비행기는 어느덧 브롱스인근 허드슨 강 상공에 닿았다. 이 때 제일 먼저 취재진을 맞은 것은 조지 워싱턴 브리지. 1,500피트로 상공에서 바라본 조지 워싱턴 브리지는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신 기장이 소리쳤다. “자 보이나요?” 신 기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세계의 수도, 중심’으로 불리는 맨하탄의 웅장한 위용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본 맨하탄은 빌딩 하나 하나가 모여 최고의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특히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초고층 빌딩 옥상의 색감 하나하나까지도 미리 계산한 듯 자연스러웠다.
▲양키스타디움 상공을 비행하는 경비행기 워리어(오른쪽 상단) 아래로 브롱스(강 왼쪽)와 맨하탄 업타운을 가로지르는 이스트 리버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날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을 끈 빌딩은 얼마 전 앰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제치고 뉴욕시 최고층으로 부활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1WTC)’. 104층 높이로 2013년 완공을 앞두고 있는 1WTC는 취재진이 탑승한 비행기에서 고개를 아래로 내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초고층 건물의 형태를 다 갖춘 모습이었다.
이날 비행의 하이라이트는 자유의 여신상. 독립기념일의 주요 조형물로 꼽히는 자유의 여신상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리버티 섬의 자유의 여신상
이때부터 비행기는 기수를 롱아일랜드 방향으로 향했다. 이후 코니 아일랜드와 존슨 비치 등을 지난 비행기는 관제탑의 착륙허가를 받은 뒤 나비처럼 사뿐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1시간 가량의 멋진 비행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글 함지하·사진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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