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영(웨체스터 씨드 학원 원장)
‘내가 치는 음표는 다른 피아니스트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음표 사이의 정지(pauses), 그렇다, 바로 그 곳에 예술이 존재한다!’ 역사상 최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을 한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였던 아르투르 슈나벨(Arthur Schnabel, 1882-1951)이 남긴 명언이다. 이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용구이며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말이다.
오페라의 애호자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무대 옆 반원형 좌석인 빠 떼르(Side Parterre)이다. 이곳에 앉으면, 성악가들의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대신 지휘자의 전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정적(stillness)이 흐르는 순간에, 지휘자의 손은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선율을 그리며, 춤을 추고 있다. 그의 마음과 몸은 들리지 않는 노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입은 박자를 세거나, 리듬을 주며, 음악의 맥박(Pulse)을 규칙적으로 뛰게 하고 있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잠시 중단(cessation)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꿈을 꾸면서, 다음 마디(measure)로 넘어 가는 준비를 하며, 숨을 쉬고 있는 중이다.
내가 만나본 최고의 학생들은 이런 ‘침묵의 시간’을 잘 사용한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여름 방학 동안 인턴십이나, 연구, 자원 봉사를 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독서를 즐기면서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다음 학기를 대비해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 또한 자신의 깊은 내면(inner)의 소리를 들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개발할 수 있는 꿈을 찾으려 한다. 모두, 무엇 엔가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일제히 9학 때부터~11학년 때의 학생들의 여름 방학과 자유 시간에 점점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조지타운(Georgetown) 대학은 ‘자신이 가장 많이 참여 했던, 여름방학 활동이 무엇이었나?’ 라고 질문하며, 브라운(Brown) 대학에서는 ‘학교 수업을 초월하여, 자신의 관심사를 폭 넓게 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했는가?’ 라고 보충 (supplementary) 에세이와 인터뷰를 통하여 상세히 파악한다.
그 이유는, 대학 입학 사정관들은 지난 3년 동안 지원자가 ‘학문적 활동’(Scholarship in Action)을 통하여, 개인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숙해졌는가를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무적인 일 이외로, 무엇인가를 했다면, 그 일은 그 사람에게 무척 소중하고, 최대의 관심사가 된다고 해석 할 수 있다.
음악의 마에스트로(maestro)들은 쉼표(Rest)를 음표(Note)와 공평하게 중요하게 다루어, 음악에 탄력(groove)을 준다. 다시 말해, 여름 방학은 음악적 마침표인 겹세로줄(Double Bar)이 아니라, 잠시 쉬어 가는 쉼표(rest)인 것이다. 쉼표 다음에 정적이 깨지는 순간, 모든 에너지를 실어서 고스란히 다음 학기로 옮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 방학이다. 대학들은 2-3개월 동안의 긴 방학 동안에 학생들이 자신을 탐험하며, 실무 능력을 체득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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