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젊은 애들은 도대체 기본적인 예의조차 모르는 것 같아요.” 60 줄에 들어섰으니까 한인 직장에서는 최고참이랄 수도 있다. 그런 분의 푸념이다.
어느 날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니까 책상 위에 결혼 청첩장이 놓여있었다. 젊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 청첩장이다. 얼마 후 예비 신랑과 같은 또래의 직장 동료가 노트를 들고 왔다.
그는 그리고 ‘청첩장 보셨지요’하는 말과 노트를 불쑥 디밀었다. 축의금 리스트였다. ‘아무개는 얼마’식으로 결혼 축의금을 미리 약정하라는 통지 격이었던 것이다.
축하해주어야지. 그렇지만 도무지 그런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의 대선배다. 그러면 당사자가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하고 청첩장을 내밀어야 예의가 아닐까. 그런데 고지서나 보내는 듯 청첩장을 돌리다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 대선배로서 체면도 있어 다른 동료들보다 많은 액수의 축의금을 적어 돌려보냈다고 한다. 씁쓸한 심정으로.
역시 초로(初老)의 연배에 있는 분의 이야기다. 이번 달 들어 결혼 축의금만으로 1,000달러가 훨씬 넘게 지출했다고 한다. 정작 친척이나 친한 친구 자녀의 결혼식은 없었다. 왜 그런데 이 같은 과다지출인가.
그는 교인 수가 1,000명 단위를 넘는 교회의 장로다. 그러다 보니 거의 매주 결혼식에 장례식이 있다 시피하다. 게다가 동창, 사업차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결혼 청첩장이 날라들다 보니 어떤 날은 하루 두 탕을 뛰기도 한다는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주말이 남의 결혼식 찾아다니느라 저당 잡혀 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경조사비가 부담이 된다. 한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 결과다. 경조사비에 특히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은퇴자들로 80%가 각종 경조사비 무게에 짓눌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결혼식이 화제다. 200억 달러의 거부다. 그 결혼식에 값 비싼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치렀고 피로연 음식은 동네 식당에서 시켰다.
이날의 하객은 90 여명이었다. 이들은 신랑과 신부의 친한 친구들. 그들에게 결혼식을 한다는 말도 안했다. 그리고 스스로 디자인한 아주 평범한 루비반지를 교환하면서 결혼식을 치른 것이다.
그 결혼식을 저커버그는 페이스 북을 통해 알렸다. 그러자 ‘좋아요’라는 클릭이 58만 번 올랐다고 한다.
고지서를 남발하듯 무차별 초청을 하는 결혼식, 거기에 발맞추어 점차 고비용화 되어가는 결혼식, 그 혼례문화를 개선시킬 묘책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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