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리적 문제 드러나거나 실적 부진하면 가차 없이 해임돼
▶ 인터넷으로 정보 투명성 높아진 탓 이사회는 경영 감독기능 강화 추세 평균 재임기간 20년 전의 절반으로
학력위조가 드러나면서 4개월 만에 물러난 야후 CEO 스캇 탐슨.
야후의 CEO인 스캇 탐슨은 학력위조가 드러나면서 단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베스트바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리처드 슐츠는 CEO였던 브라이언 던이 젊은 여직원과 가졌던 개인적 관계를 둘러싼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주 이사회에 의해 해임됐다. 해고사유는 회사의 윤리규정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몬은 23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실패의 책임 때문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최측근 한명은 이미 해고됐다.
대부분 회사의 경영자들은 아직 멸종위기 명단에는 올라있지 않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개인적이고 직업적인 결정들로 인해 점점 더 많은 경영자들이 분노한 주주들과 헤지펀드, 종업원들, 그리고 이사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전에 없이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
이사회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폴 도프는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하거나 탐욕스런 행동을 하면 누구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보다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혼외정사와 학력위조 같은 행위뿐 아니라 거짓말과 상황 왜곡 같은 행위도 더 이상 용납되지 않고 있다. 또 과도한 보상 같은 문제도 이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게 되고 있다.
과도한 보상에 대해서는 투자가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시티그룹의 CEO의 보상에 대해 주주들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또 화장품 회사인 에이본의 CEO인 안드레아 정은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기업경영 전문가들과 이사회 컨설턴트들은 CEO들이 몇 가지 이유로 현재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분석한다. 기록적인 기업 이익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또 과도한 보상과 봉급 및 베니핏의 격차는 월가 점령 시위 같은 사회운동에 의해 그 실상이 더욱 많이 드러났다.
소셜미디어들과 글래스도어닷컴, 벌트닷컴 같은 비즈니스 감시 사이트들은 대기업들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소문을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과 24시간 보도시대 이전 같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윤리위반 행위들과 비즈니스 내부의 일들이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샌디에고 스테이트 대학에서 기업윤리를 가르치는 웬디 패트릭 교수는 “하나님은 완벽히 깨끗하지 못한 기업인은 금지하고 있다. 개인생활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기업경영에서도 피를 흘리게 된다”고 말했다. 엔론 사태 이후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었으며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퍼져나간다. 20년 전 만해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던 정보들이 정부의 각종 규제안들에 의해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됐다고 기업 컨설턴트인 미르마 헬러맨은 말했다.
과거보다 윤리적인 타락이 더 늘었는지, 또 실적이 나쁜 경영자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헬러맨은 이전보다 정보접근이 쉬워지면서 “미국인들은 기업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고 항의할 수 있게 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압력이 늘고 실적에 대한 평가가 깐깐해지면서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1990년 이후 평균 재임기간은 10년에서 5년 반으로 짧아졌다고 기업 컨설턴트 존 챌린저는 밝혔다. 챌린저는 2011년에 자리를 떠난 CEO는 42명으로 지난 5년 새 가장 적었지만 올 들어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해 페이스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사임 사태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다른 CEO들의 사임을 연쇄적으로 부르고 있다. 챌린저는 “이사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사임뉴스를 읽는다. 다른 이사회가 어떤 조치르 취한 것을 알게 되면 비슷한 조치를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많은 이사회들이 그저 고무도장이나 찍어주는 형식적 존재라는 이미지를 끝내려 하고 있다고 말한다. 보다 자율성을 갖게 된 이사회는 법적인 문제와 기관투자가들의 감독 등 때문에 철저한 감사와 규정준수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경영진에 과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 기업 컨설턴트인 도프는 “대부분의 이사들은 CEO와 같은 골프클럽에 속한 나이 든 백인들로 인식돼 왔다”며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외부인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대단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기업경영 프로그램 디렉터인 루시안 베브척은 스캔들이 일어나거나 주주들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사회들이 이전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 입장에서는 이사회가 정실주의를 벗어나 경영자의 실적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면서도 경영자들을 압박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많은 이사회들은 이런 균형을 찾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델라웨어대학 기업경영연구소장인 찰스 엘슨은 말했다. 그는 “이사회들이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이 됐다”고 평가했다. CEO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일 필요성과 함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엘슨은 “20년 전 만해도 이사회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엘슨은 또 이사들에게는 CEO에 충성하는 것보다는 기업이 올바로 가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금전적 이해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이들은 기업주식을 인센티브로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엘슨은 “이사들의 이익과 주주들의 이익이 합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후는 기업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CEO와 관련한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EO가 해고가 항상 단순하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실적이 부진한 CEO를 해고할 경우 이사회에 큰 문제는 언제 그 방아쇠를 당기느냐는 것”이라고 엘슨은 설명했다. 지난 4월 오랫동안 CEO 자리에 앉아 있던 안드레아 정을 셰릴린 매코이로 바꾼 에이본은 너무 늦게 결정을 내렸다고 엘슨은 말했다.
정이 CEO로 재임하는 동안 에이본은 미국 내 판매 감소와 외국 공무원들에 대한 뇌물증여 등 많은 재정적, 법적 문제를 겪었다. 엘슨은 CEO와 이사회의 사이가 긴밀할 때 이런 문제가 생긴다며 이럴 경우 이사회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거짓말이나 학력위조 같은 경우 대부분 이사회는 빨리 움직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의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엘슨은 “이력을 위조했다면 누구도 이것을 변호하기 힘들다. 이력서는 대단히 중요한 서류이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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