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층의 초호화 아파트 오퍼스 홍콩
▶ 디즈니 콘서트홀 건축가의 첫 홍콩 진출작 한 층에 한 아파트, 월세는 6만 달러 선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홍콩의 초호화 아파트 오퍼스. 위에서 내려다보면 꽃 모양인 이 독특한 아파트의 월 렌트는 4만6,000달러에서 6만9,000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홍콩의 하늘은 유명 건축가들의 출석부 같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건축가들의 작품이 줄지어 서있다. I. M. 페이가 설계한 차이나 은행 빌딩, 노먼 포스터의 HSBC 빌딩, 그리고 세자르 펠리의 국제금융센터가 있다. 그 홍콩의 하늘에 또 다른 스타 건축가의 빌딩이 들어섰다. LA의 디즈니 콘서트 홀 등으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다.
홍콩은 두 가지에 대한 집착이 강한 도시로 보인다. 부동산과 호화 브랜드이다. 그래서 건축물과 스타 건축가라는 브랜드가 만나서 멋진 빌딩들이 탄생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스타 건축가가 설계한 상업용 건물만 있었지 주거용 건물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 부동산 개발회사인 스와이어 프로퍼티스가 프랭크 게리의 오퍼스 홍콩을 공개했다. 건축 분야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 게리가 아시아에서 한 첫 번째 주요 프로젝트가 된다.
주거용 건물인 오퍼스가 공개된 지금 홍콩의 부동산 시장은 전망이 흐리다. 부동산 분석가와 중개인들은 올해 주거용 건물 가격이 10~1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는 7월 취임하는 홍콩의 새 행정장관이 토지정책을 바꿔 주요 개발업자들의 장악력을 완화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소위 ‘수퍼 럭셔리’ 즉 초호화 부동산은 따로 떼어내 하나의 범주로 보는 것이 이곳 시각이다. 부동산 전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이들 초호화 빌딩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콩에서 아마도 가장 렌트비가 비쌀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스와이어 측은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퍼스의 마케팅은 2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83세가 된 게리를 당시 베이징으로 초빙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인 미술관 등 그의 걸작들을 둘러보는 회고전을 가지면서 오퍼스 선전을 곁들였다.
그리고 지난 3월 게리는 오퍼스 프로젝트의 마지막 터치를 위해 홍콩을 방문했고, 가는 곳마다 홍보 전략가들과 TV 보도요원들이 그를 에워 쌌다.
홍콩은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곳 중의 하나이다. 정부가 토지 공급을 통제하는 것이 부분적 이유이고 아울러 기본적으로 건물을 지을 대지가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층 빌딩을 지으면 가능한 한 잘게 나누어 작은 아파트가 많이 들어가게 하고, 새로 건물 분양이 있으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서 경찰이 출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부동산 사고 파는 것이 광란에 가까운 이런 분위기에서 오퍼스는 다분히 예외적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빌딩의 수퍼 럭셔리 아파트로 스와이어는 이에 대한 소유권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리의 파격적으로 실험적인 작품들과 비교하면 오퍼스는 디자인이 얌전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굴곡들이 있는 유리 원통이다.
틀어진 모양의 지지 빔은 외벽에 설치되고 내부는 기둥 없는 거대한 공간으로 남는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건물은 꽃 모양. 굴곡진 창문들과 발코니들이 ‘꽃잎들’이 되면서 보다 전통적 건축으로는 불가능한 전망을 만들어 낸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디자인과 관련, 게리는 주변의 분위기를 든다. 오퍼스가 위치한 피크의 주변 분위기는 대단히 다이내믹한 조각 같은 작품이 맞는다며 이웃을 시각적으로 점유하는 것보다는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는 말한다.
오퍼스 프로젝트는 두가지 이유로 독특하다. 첫째, 12층짜리 빌딩에 단 12개의 아파트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1층에 있는 두 개 유닛은 정원과 수영장을 따로 갖춘 듀플렉스이고, 나머지는 모두 한층 전체를 쓰는 아파트들로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아파트의 넓이는 6,000~6,500 평방피트. 홍콩 수준으로는 대궐이다.
둘째, 가격 면에서 절대 수수하다고 할 수 없는 이 건물이 규모 면에서는 수수하다. 오퍼스의 특별한 여건과 상관이 있다. 우선 이 건물이 지어질 수 있었던 것은 재벌 그룹인 스와이어 그룹이 1940년대부터 소유하고 있던 대지를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스와이어는 19세기부터 중국 해안통상에 참여해온 그룹으로 영국 가족이 소유주이다. 스와이어는 회사 디렉터의 집으로 쓰던 이 건물을 완전히 헐어내고 특별 건축허가를 신청, 특정 높이 이하의 건물만을 지을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는 최상류층 고객만을 겨냥, 공간을 적게 나누어 널찍한 아파트 소수만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전형적 홍콩 개발업자가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50개에서 100개 아파트를 만들 것이었다. 넓이는 600 평방피트부터 시작하는 데 이 정도면 홍콩에서는 평균 크기의 아파트이다.
오퍼스는 매매용이 아니라 임대용이라는 점에서 또 다르다. 소유주 가족이 소유권을 놓지 않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호화 아파트 소유주들은 점점 부동산을 팔지 않는 추세라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말한다. 주식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디다 투자할 지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건물을 팔 필요가 없고 특히 독특한 설계의 빌딩 같은 것은 특히 팔 지 않는다.
국제적 부동산 회사인 사빌스의 보고에 의하면 홍콩의 부동산 가치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 사이 급상승했다. 보통의 주택가격은 87%, 호화 부동산 가격은 188%가 치솟았다.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은 크게 4개 범주로 나뉜다. 정부건축 서민 주거시설, 염가 주거시설, 호화 아파트 그리고 초호화 주거시설이다. 분석가들은 초호화 분야를 따로 떼어놓고 보는 데, 이는 일반 시장의 오르내림 그리고 모기지 정책 같은 요인들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초호화 시장은 가격만 높은 게 아니다. 이들 부동산은 절대로 가격이 내려가는 법이 없는 것이 더 큰 특징이다. 지난 3월 말 공개된 ‘2012년 부 보고서’에 의하면 홍콩의 호화 부동산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60%가 상승, 세계에서 가장 빨리 오르는 편에 속한다.
수퍼 럭셔리 부동산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며, 이는 단지 수입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것이라고 관련 분야 전문가는 말한다.
오퍼스의 아파트 월 렌트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의 초호화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때, 평방피트 당 가격은 7.70달러에서 11.60달러. 이를 토대로 하면 월세는 4만6,000달러에서 6만9,00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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