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 구제금융 시급한 상황 규모는 그리스의 두 배 달할 듯 모기지 채권도 갈수록 실적악화
▶ 25%까지 치솟은 실업률 속 차압매물 급증… 가격 폭락으로 은행들 휘청
어떻게 보더라도 스페인의 부동산 붐은 사상 가장 뜨거웠다. 낮은 이자율에 힘입어 스페인 사람들은 코스타 블랑카 해변의 휴가용 빌라와 마드리드의 고급 아파트를 사들였고 수백만명이 첫 주택 구입을 했다. 그러나 이런 광풍이 주택가격을 정점으로 올려놓은 지난 2007년 이후 가격이 점점 떨어지더니 지금은 당시보다 4분의1이 하락한 상태다. 문제는 아직 끝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페인은 3년 새 두 번째 경기침체기를 맞고 있다.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고 점점 더 많은 스페인 사람들이 주택 페이먼트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기지들은 은행들이 주지 못해 안달하던 것들이다. 약 6,630억유로(8,760억달러)에 달하는 홈 모기지의 점차 많은 부분이 연체 위기에 빠지면서 경제학자들은 스페인의 대형은행들이 구제 금융을 받아야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며 긴축부담에 허덕이는 스페인 정부는 구제금융을 제공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회의의 주요 안건이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유럽연합이 스페인 구제금융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그 규모는 아일랜드와 그리스, 포르투갈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의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휴는 “소매 모기지는 스페인 금융시스템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아일랜드가 부동산 거품폭락에 무너졌을 때 아일랜드 정부는 할 수 없이 유럽연합과 IMF로부터 800억유로를 지원 받아야 했다. 비슷한 형태의 구제금융이 이뤄질 경우 액수가 2,000억유로를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그리스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 주 스페인의 중앙은행은 부실대출이 지난 1994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연체율이 아직은 3%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경제학자들은 실제 연체율은 이보다 훨씬 높으며 일부 금융기관들은 두 자릿수일 것으로 추산했다. 신규 주택모기지 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지나 2월 신규 대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나 줄었다. 2004년 이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부동산 붐이 지속되는 동안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가 소유율을 기록했다. 스페인 국민 10명 중 8명이 자기 소유 주택에서 거주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기관들은 마르타 아푸에라 폰스 같은 사람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푸에라 폰스는 자기 집과 투자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서 현재 모기지 페이먼트를 못하고 있다. 그녀의 빚은 35만 유로에 달한다.
2010년 말 아푸에라 폰스는 사회보장국 사무직 일자리를 잃은 후 동거남과 함께 구입한 바르셀로나 인근 집의 대출금 13만2,000유로에 대한 페이먼트를 중단했다. 이들은 별도로 2007년 신축계획인 주택 구입자금으로 18만5,000유로를 같은 은행에서 빌렸는데 1년 후 시공업체가 부도나면서 이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처럼 그녀의 살업수당은 2년이 다 돼 이번 달에 마지막 수당 1,100유로를 받게 된다. 주택 구입자를 찾지 못한 그녀는 집을 다시 가져가라고 은행을 설득하고 있다. 협상이 되면 엄마 집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동거남은 브라질로 떠난 후 그곳에서 결혼했다.
아푸에라 폰스는 재정적 위기가 자신의 책임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은행도 잘못이 있다고 항변한다. 그녀는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모기지 경감을 요구하며 은행을 상대로 벌이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그녀는 “주택투자가 위험한 것이었다고 지금 와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은행은 이런 계획을 전적으로 지원해 주었다”며 “당시는 은행부터 시작해 모든 이들이 위험에 대한 감각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스페인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2007년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약 30만개의 프로퍼티가 압류됐다고 추산한다. 손해를 떠안기 싫은 은행들은 이 부동산들은 그대로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최고 60%까지 가격을 낮추며 이를 처분하고 있다.
많은 투자가들은 1,000억유로에 달하는 스페인 모기지 채권시장의 실적이 악화되는 것도 위험신호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모기지 대출은 서브프라임 대출이었던 미국과 달리 프라임 고객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업률이 25%에 달한 상황에서는 이런 차이가 별다른 의미가 없어진다. 모기지가 점차 더 많이 악성화 되면서 부동산 호황기에 최고등급을 받았던 모기지 채권은 등급도 떨어지고 있다.
투자가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스페인 모기지 채권 펀드매니저협회 웹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일부 모기지 풀의 경우 자산 가운데 14%가 90일 이상 연체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 은행가는 “정말 두렵다. 매 분기 실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기 채권 펀드매니저협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펀드 가운데 가장 실적이 나쁜 것은 최대 규모의 주택모기지 대출기관인 반키아의 모기지를 묶은 상품이다. 반키아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최근까지 은행들은 투자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적이 나쁜 모기지 채권을 제 가격에 재매입 했지만 연체율이 높아지고 자본금이 줄어들자 지금은 10~30% 할인된 가격에 재매입을 제안하는 형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 25% 하락 발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떨어졌다는 말이다.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은행과 채권투자가들이 손실 처리를 하기 전까지는 스페인 경제가 정말 회복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문제는 스페인이 이런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구제금융 여력은 소진되고 있는 형편이다. 스페인 부동산 시장에 관해 최근 책을 쓴 보르하 마테오는 스페인에 현재 190만채의 주택이 시장에 나와 있으며 몇 년 사이에 최고 390만채까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스페인의 연간 신규 주택수요가 17만5,000채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러 시장상황은 계속 가격 폭락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마테오는 최고 60%까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평균적인 스페인 국민은 자산의 80% 정도를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폭락은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마테오는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것은 광범위한 빈곤화”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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