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몽은 (정신과 의사, 은퇴)
손자아이가 작년부터 시작해서 이를 세개나 갈았는데 또 하나가 건들거린다. 아이는 무엇을 먹을 때마다 건들거리는 이를 피해 입을 크게 벌리고 음식을 그 반대쪽으로 넣느라 애를 쓴다. 내가 ‘할머니가 좀 보자 ‘ 하고 이를 만져 보니 조금만 건드려도 금방 떨어져 나올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안 쪽에서는 이미 새 이가 나오고 있었다. 예전에 나의 어머니가 우리 아이들의 이를 뽑아 주시던 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물었다. ‘할머니가 뽑아줄까?’아이는 놀랍다는 듯이 할머니가? 하고 반문한다. 내가 ‘너의 엄마의 이도 엄마의 할머니가 뽑아주셨어’하니까 아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둥하고 생각을 하더니 “피 안 나
게 뽑을 수 있어?” 한다. 그래서 ”피는 아주 조금만 나올 거야, 그리고 아주 조금 아플 수도 있어” 하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오케이, 할머니가 뽑아줘, 피는 조금만 나오게 하고…’말하면서 허락을 한다.
아이를 소파에 눕히고 두 손 끝으로 그 이를 꼭 붙들고 잡아 당겼더니 이가 힘없이 빠진다. 내가 뽑힌 이를 아이에게 보여주었더니 아이는 벌써? 하면서 아프지도 않게 이가 금방 뽑혔다는 것을 신기해한다. 저녁에 아이 엄마인 나의 딸이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서는데 아이가 달려가 입을 벌리고 이가 뽑힌 것을 보여준다. 딸이 “어떻게 빠졌어?” 하고 묻자 손자는 “할머니가” 대답한다. 나는 속으로 아이 엄마가 잘 뽑았다고 좋아하겠지, 고마워하겠지 하면서 딸에게서 칭찬들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딸은 정색을 하면서 ‘엄마는 그렇게 이를 함부로 뽑으면 어떻게 해’ 하고 나무란다.
내가, 이가 겨우 달려있던데? 하니, 이 뽑은 구멍으로 균이 들어갈 수도 있다며 다음에는 그렇게 뽑지 말아달라고 한다. 딸이 소아과 의사이니 그런 말을 할 만하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에는 손자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야구 방망이를 사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아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야구 방망이를 사 주었다. 그러자 딸은 ‘아이가 아직 사용할 줄도 모르는데 위험하게 그런 것을 사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아이가 사 달라는 것 다 사주면 아이 버릇이 뭐가 되느냐고 한참 훈계(?)를 한 적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버릇이 없다고들 하는데, 나의 손자도 할아버지, 할머니 때문에 버릇이 나빠지는가? 은근히 걱정된다. 하긴 들리는 말에 의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잘 못 다룬다고 아예 아이를 맡기지도 않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하던데. 아이의 부모가 아무리 나의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이를 뽑는다거나, 무엇을 사 주고 싶을 때 아이의 부모와 상의를 해야 되겠다고 새삼스럽게 다짐한다. 손자, 손녀는 나의 아이가 아니고, 나의 아이의 아이임을 명심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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