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손님이 왔다. 매일같이 갈비를 굽고 꼬리곰탕을 끓여 대접했다. 쇠고기 값이 여전히 비싼 게 한국이란 생각에 미쳐서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에 가게 됐다. 그런데 그만 경찰에 체포됐다.
죄명은 무엇이었을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기도 혐의다. 말이 어렵다. 미필적 고의라니.
자기가 한 행동으로 어떤 범죄결과가 꼭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을 하는 심리상태가 ‘미필적 고의’다.
무엇 때문에 그런 혐의를 쓰게 됐나. 미국의 소는 광우병에 걸린 소일 가능성이 높다. 그 쇠고기를 잔득 먹였으니 한국서 간 손님이 광우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용된 혐의다.
4년 전 한국이 광우병 소동으로 난리를 쳤을 때 나온 조크다. 미국의 소란 소는 죄다 미친 소인 것 같았다. 인터넷을 타고 그 미친 소의 공포가 한국사회를 마비시켰을 때 나온 우스개 이야기였다.
그 발단이 MBC의 PD수첩 보도였던가. 광우병을 규탄하는 촛불로 서울의 밤거리가 뒤 덥혔던 게. 그 광우병이 또 다시 클로즈업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 사례가 발견되어서다.
참 공교롭다. 잊을 만하다. 그런 광우병에의 추억이 4년 주기, 다시 말해 한국의 총선주기와 맞물려 떠올려져서다.
야당이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 때 발생한 게 광우병 사태이고 뒤이은 촛불시위로 이명박 정부는 선거에 이기고도 식물정권이 되다시피 했다.
상황은 비슷하다. 예상과 달리 총선은 여당 승리로 끝났다. 그 정황에서 미국산 소의 광우병 발생 보도가 나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광우병 촛불집회 4주년날인 2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시위를 열겠다고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시위는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반MB(反이명박)세력의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보도는 하늘이 준 기회로 비쳐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목되는 게 오는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제다. 추모제가 추모제로만 끝나지 않고 촛불시위로 번질 가능성 크다는 점에서다. 어쨌거나 반MB진영은 세력을 결집시킬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광우병 사태는 그러면 이번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까. 학습효과란 측면에서 보면 ‘아닐 것’이란 게 정답이 되어야 한다. 4년 전 그 난리를 쳤지만 광우병은 결국 유령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니까.
그렇지만 단정적인 답은 내릴 수 없는 게 현실이 아닐까. 정치문제에 관한 한 학습효과가 자주 무시되는 게 한국적 정서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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