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전 시장이며 현 시 의원으로 시 정치권의 원로인 매리언 배리(사진) 의원이 또 특정 인종을 겨냥한 비난성 발언을 내놓아 구설수가 일파만파 끊이지 않고 있다.
배리 의원은 이달 3일 시 의원 민주당 후보 경선 예비 선거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DC 내 아시아계 업소들을 불결하다고 묘사하며 사업체를 접고 떠나라는 말을 한데 이어 23일에는 시 의회에서 DC 병원에서 근무하는 필리핀계 간호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까지 하자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배리 의원은 이날 DC 시립대학(University of the District of Columbia)에서 열린 시 의회 공청회에서 “요즘 병원에 가면 이민자 간호사들, 특히 필리핀 출신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이는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고 지역 신문 이그재미너가 최근 보도했다. 배리 의원은 또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누구를 공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교육자나 간호사들을 자체적으로 양성하자”고 제안했다.
배리 의원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연이어 불쾌한 발언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배리 의원이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다(put his foot in his mouth)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C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지역 사회 단체들은 배리 의원에게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중단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엘리너 홈즈 노튼 DC 연방 하원 대표까지 배리 의원의 언행을 꼬집고 나섰다. 노튼 대표는 “인종적인 돌출 발언을 하지 말라(Leave the racial rhetoric behind)”고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노튼 대표는 정치인이 정책 문제를 얘기할 때는 특정 인종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필리핀계 간호사에 대한 발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세 쿠이시아 주니어 미국 주재 필리핀 대사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배리 의원의 발언은 개탄스러운 것이라고 비난하며 필리핀 간호사들에게 사고하라고 촉구했다. 지방 정치인의 발언에 이처럼 국가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시안 아메리칸 민권 운동 단체(The Asian American LEAD)의 로제타 라이 대표는 26일 “배리 의원이 특정 인종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고 항의했다. 라이 대표는 “필리핀계 간호사들은 미국인들이 하찮게 생각하고 있는 분야에서 중요한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모욕을 당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태계 문제 사무국의 데이비 정 대표는 “배리 의원의 발언은 인종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26일 시 의회 모임에 참석해 배리 의원에게 사과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배리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는 듯이 보였다”며 “발언이 왜곡됐다는 변명만 계속 늘어놨다”고 말했다.
<안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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