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의 블레인 하든 기자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내막과 수용소 안에서 태어난 신동혁 씨의 탈출과정을 기사화 했을 때 이를 읽은 워싱턴포스트지의 발행인 데이빗 그래엄 회장은 하든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WOW”라는 감탄사 한마디로 자신이 받은 감동을 표현했었다고 한다.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한 정치범 수용소 세미나에서 신동혁 씨(31)가 그곳의 비참한 실상을 폭로했을 때 글린 데이비스 미국무부 북한정책 대표 등 많은 미국인들이 눈물을 글썽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이들은 신동혁 씨의 강연에 감동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수용소의 스토리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처참하고 북한 수용소의 인간학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해 남한으로 귀순한 사람은 김용 씨등 모두 26명이지만 수용소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탈출에 성공한 경우는 신동혁 씨 한명뿐이다.
수용소에서는 남자 모범죄수와 여자 모범죄수에게 포상으로 결혼을 허락해 주는데 이를 ‘표창결혼’이라고 부른다. 부부라 해도 1년에 다섯 번밖에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 신동혁 씨는 이 표창결혼에 의해 태어난 케이스다. 이같은 표창결혼 출신 어린이는 수용소요원들이 교육을 책임 맡고 있으며 부모 감시를 의무사항으로 가르친다. 따라서 부모를 고발할 때마다 성적이 올라가고 그때마다 식사대우가 조금씩 달라져 어린이들은 기를 쓰고 밀고한다.
13세의 신동혁 씨는 배가 고파 쥐를 잡아먹으며 지냈는데 어머니가 수용소 탈출을 계획하고 있는 형을 격려하며 쌀밥을 지어준 것에 격분해 어머니와 형을 감시원에게 고발한다. 그 결과 어머니는 교수형에, 형은 총살을 당하게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지금 어머니와 형을 고발한 것에 대해 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북한 수용소 고발 캠페인을 앞장서서 펼치고 있다.
그가 수용소 탈출을 꿈꾸게 된 것은 어느 날 북한의 태권도 대표단 박모 코치가 정치범으로 낙인찍혀 수용소에 들어온 후 부터였다. 신 씨는 그로부터 중국 등 외부세계의 소식을 전해 듣고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자유가 아니라 쌀밥을 실컷 먹어보기 위해 탈출을 결심한다. 마침내 신씨는 24세가 되던 2005년 1월 박 씨와 탈출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박 씨는 전기철조망에 감전되어 타죽고 신동혁 씨는 화상을 입은 채 한달을 걸어 두만강을 넘는다. 이어 기독교 지하조직의 도움으로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으로 뛰어 들어가 6개월 보호 받은 후 한국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4년 후에는 캘리포니아의 토렌스에 있는 북한 난민 구조기관 LiNK(Liberty in North Korea)에서 일하게 된다.
워싱턴포스트의 블레인 하든 기자는 신동혁 씨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2년간 그와 15차례 인터뷰하여 최근 ‘캠프 14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다. 이 책은 지금 미국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으며 미 전국에서 신동혁 씨를 돕겠다는 독지가들이 몰리고 있다. 하든 기자와 신동혁 씨는 저서에서 들어오는 수익금을 반반씩 나누기로 계약을 맺은 모양이다. 신 씨는 이 수익금을 북한수용소 규탄 캠페인에 쓸 계획이다. ‘캠프 14로부터의 탈출’이 출판된 후 워싱턴정가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문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인권문제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동혁 씨의 스토리가 만약 영화로 만들어 질수 있다면 수단의 다푸르 학살고발처럼 북한 고발운동이 세계적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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