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동성도 강해 났다하면 대형사고 이어져 더 성숙한 후 하는게 최선·약물치료도 필수
▶ ‘주의력결핍 장애’청소년들 면허 따기
운전면허 시험에서 네 번 낙방한 줄리안 세르파와 그녀의 어머니. 세르파는 주의력 결핍장애를 겪고 있다.
줄리안 세르파의 첫 운전 연습은‘재앙’으로 끝났다. 그녀가 몰던 차는 집 바로 옆의 실개울을 가로지른 채 주저앉았다. 세르파가 열여섯살로 접어든 4년 전의 일이었다. 차를 후진시켜 드라이브웨이를 빠져나오던 중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개스 페달을 밟는‘사고’를 치고 만 것. 세르파는 당시 옆 좌석에 탄 아빠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지시에 혼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두 번째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차량과 인파로 붐비는 교차로에서 덜컥 겁을 집어 먹은 그녀는 아빠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그 이후 4년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세르파는 2주전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지만 주차를 시도하던 중 콘(cone)을 쓰러뜨리는 바람에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통산 네 번째 탈락이었다.
운전을 배우기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세르파의 경우처럼 주의력 결핍장애를 지닌 사춘기 청소년들에겐 더욱 그렇다.
아스퍼거증후군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인지력 장애는 운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이들이 아예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끔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의력 장애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의 러셀 바클리 교수와 버지니아 의대의 대니얼 콕스 교수가 2007년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ADHD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 운전자들이 사고를 낼 위험은 술 취한 성인에 비해 최소 2배, 최고 4배가 높다. 이 때 취중운전의 기준은 성인 운전자의 혈중 알콜농도가 0.08% 이상일 때이다.
물론 주의력 결핍이나 그 밖의 다른 학습장애를 지닌 청소년들도 좋은 운전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월하고 신속하게 운전을 배우기가 힘들 뿐이다.
솔직히 말해 이들 가운데 일부는 운전을 먼 후일로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편이 신상에 이롭다.
ADHD 환자들이 직면한 최대 어려움은 부주의다. 부주의는 운전자의 건강상태나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충돌사건의 최대 요인이다.
도로에서 단 2초만 눈을 떼어도 충돌사고를 낼 위험은 2배로 늘어난다.
국립아동보건 및 인간발달연구소의 선임 조사관인 브루스 사이먼스-모턴 박사는 폐쇄된 운전코스에서 실시한 연구를 통해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주행 중 휴대폰을 훨씬 자주, 그리고 능숙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우선멈춤 신호판을 놓치는 횟수가 현저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ADHD의 또 다른 특징은 충동성이다. 충동성은 높은 수준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려는 성향과 한 묶음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주의와 충동성은 대형 사고를 부르는 악성 조합이다.
ADHD의 일차적 특징인 주의력 부족이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고, 충동성은 사고를 더욱 끔찍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이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 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주된 이유로 과속이 꼽히는데, 과속을 부추기는 기저 요인이 바로 충동성이다.
세르파는 이번 주 다시 운전시험에 도전한다. 집중적인 연습으로 자신감을 늘리고 행운의 펜던트가 달린 카발라 염주 목걸이로 심리적 안정을 다지는 등 ‘4전5기’의 드라마를 엮어낼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행운의 부적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아무래도 미심쩍다.
다행히도 연구원들과 운전강사들은 세르파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보다 실질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첫 번째 조치는 16세 청소년이 운전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혹은 이들이 정말 운전을 할 필요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사이먼스-모턴 박사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이들의 운전을 연기해야 할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춘기 청소년들이 수행하는 가장 위험한 작업이 바로 운전이기 때문이다.
사이먼스-모턴 박사는 “만약 내가 ADHD나 다른 특수요구를 지닌 아동의 부모라면 이들의 운전면허 취득을 연기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ADHD 증상을 지닌 청소년들 역시 그들의 결함을 받아들일 정도로 성숙해지고, 많은 경우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깨우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들에게는 ‘시간이 약’이라는 얘기다.
일부 강사들은 청소년들이 운전대를 잡은 차를 직접 타보기 이전에는 의료적 진단이나 첫 인상만으로 이들이 준비된 상태인지를 가늠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만약 ADHD 증상의 청소년이 운전연습 도중 일관되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운전 강사나 보호자의 지시에 의존하려 든다면 ‘준비된 상태’라고 볼 수가 없다.
운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건 없건 이들에게 행동문제가 있는지 여부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특히 지나치게 반항적인 성격의 청소년이라면 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운전을 막는 게 상책이다.
또한 자녀가 운전가능 연령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도 자전거를 타게 하거나 부모가 운전할 때 옆에서 전 과정을 일일이 말로 따라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 타기와 말로 따라하는 ‘나레이션 운전’은 공간과 교통 흐름을 헤쳐 나가는데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효과적으로 파악하게 해준다.
운전에 필요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청소년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운전학교가 아니라 의사의 진료실이다.
주의력 결핍장애를 겪는 청소년 운전자들은 리타린(Ritalin), 애더렬(Adderall)과 같은 약을 복용해야 한다.
리타린이나 애더럴은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클리 박사는 이같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ADHD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의 경우 운전면허를 딴 후에도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대부분의 주에서 이미 시행중인 ‘점진적 면허제’를 더욱 강화해 활용할 것을 권했다.
우선 운전면허를 딴 자녀와 ‘안전운전 계약서’를 작성, 의무적 준수사항과 위반 때 제재조치 등을 결정하고 로그북을 만들어 약을 복용한 시간, 차를 몰고 나간 시간과 들어온 시간, 행선지와 동승자 등을 일일이 기재토록 한다. 운전 중 셀폰 금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계약사항을 위반했을 때에는 대충 넘어가지 말고 사전에 합의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때 가해지는 벌칙은 현행법보다 강력한 게 효과적이다. 예컨대 장기운전 금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때로는 청소년 운전자 자신이 문제 해법을 찾아내기도 한다. 피닉스에 거주하는 조슈 나오스는 처음 운전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신호대기 중 주의력이 급속히 분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스스로 찾아낸 해법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었다. 라디오를 틀어놓으면 정신이 집중되면서 주의력이 산지사방으로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올해 21세인 나오스는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고생을 했지만 그 이후 단 한 번의 사고도 내지 않았다. 사고는커녕 티켓조차 받은 적이 없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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