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 이어 미국 명품업체들도 중국인 잡기에 총력
▶ 별도 샤핑시간 마련 콘서트, 패션쇼, 칵테일파티까지
버그도프굿맨에서 샤핑하는 중국 관광객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고급 백화점인 이 업체는 폐점 후 중국 관광객들만을 위한 특별 패션쇼 및 샤핑시간을 마련하고 중국어 구사하는 점원을 고용하는 등 이들 모시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뉴욕을 방문한 한 중국인 그룹은 5일 간의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몽블랑 스토어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계 피아니스트 랑랑의 콘서트를 감상한 후 칵테일을 들고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다이앤 본 포스텐버그가 참석한 패션쇼를 즐겼으며 화장품 회사 에스티 로더 본사도 구경했다. 그들은 유명 인사나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아니었다. 단지 돈 많은 중국 관광객들이었다.
컨설팅 회사 프로스트 & 설리반에 의하면 럭셔리 브랜드 업체들은 수년전부터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매장을 열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샤핑을 훨씬 더 많이 한다는 것. 주요 이유는 가격이다. 중국 내에선 세금을 내야 하므로 럭셔리 제품의 가격이 미국 등 해외에서 살 경우 3분의 1 가량 싸기 때문이다.
유럽의 럭셔리 업체들이 중국 관광객들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다. 이젠 미국의 최고급 업체들도 중국 관광객을 모시기 이한 총력전에 나섰다.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중국인들에게 미국에도 명품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의 홍보도, 중국 관광객들의 호응도 처음엔 미미했으나 요즘은 상당히 늘어났다. 앤틱 매장 맥클로위 갤러리의 벤 맥클로위 부사장은 최근 수십만 달러짜리 티파니 램프를 상하이 관광객에게 팔았다면서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눈부신 번영을 이곳 매디슨 애비뉴의 관광객 모습에서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10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중국은 미국에서 관광객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미 상무부는 밝혔다. 미 여행협회는 오는 2014년에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이 미국을 방문할 때 마다 소비하는 돈은 1인당 평균 6,000달러로 다른 나라 관광객들의 평균 4,000달러보다 훨씬 많다고 전한 여행협회는 거기에 더해 중국 관광객들이 최우선으로 꼽는 일이 바로 샤핑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관광객들은 디즈니 기념품이나 사고 여전히 전에 주로 찾던 아울렛 몰로 가기도 하지만 요즘은 명품 브랜드 샤핑이 부쩍 늘었다. 중국에도 같은 브랜드의 전문 매장들이 진출해 있으마 아무래도 미국의 매장들이 훨씬 다양한 제품을 갖추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프로스트 & 설리반의 컨설팅 디렉터 줄리아 주는 말한다.
미국 내 매출 중 4분의 1을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올리는 티파니는 최근 주요 매장들에 중국어를 구사하는 점원들을 배치했다. 외국 관광객들 샤핑이 주요매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버버리도 마찬가지다.
맨해턴의 ‘토너’(Tourneau) 명품시계 판매장 관계자들은 최근 중국을 방문하며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뉴욕 시 관리들과 동행하기도 했다.
몽블랑사는 올해가 용띠 해라는 점에 착안해 용의 해(Year of the Dragon) 만년필을 제작해 미국 미장에서 팔고 있으며 중국어도 지역별로 표준 중국어 뿐 아니라 광동어 구사 점원들까지 따로 채용하고 있다. 제품을 소개하는 브로셔도 중국어판을 만들었으며 중국 화폐에 사이즈를 맞춘 지갑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몽블랑은 중국 내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해외휴가를 즐기는 샤핑객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몽블랑사 북미지부의 잔-패트릭 슈미츠 대표는 “여행을 할 때는 그 순간을 즐기고 충분히 경험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법”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럭셔리 업체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져 있다. 원인 중 하나는 까다로운 비자발급 때문이다. 중국 관광개의 경우도 유럽 국가들의 비자 얻기가 훨씬 용이하다. 색스피프스나 블루밍데일 같은 최고급 백화점들은 최근 정부에 신속한 비자발급을 촉구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금년 중 중국과 브라질 같은 이머징 마켓 지역에 대한 비자 발급을 40% 늘리겠다고 말했다.
미국 업체들은 한편 명품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으려 노력하고 있다. 유럽의 명품에 비해 미국의 명품은 단순히 ‘럭셔리’에 머물지 않고 보다 “현대적이며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중국 내 유럽명품 매장을 경영하는 트리니티 회사의 매니징 디렉터 서니 황은 설명한다.
지난 2월 버그도프굿맨에서 준비한 중국 관광객 위한 샤핑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관광객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패션쇼가 끝난 후 드 라 렌타 같은 유명 디자이너와 대화와 칵테일을 나누었으며 중국어 구사 점원의 안내로 전 매장을 누비며 샤핑을 즐겼다.
에스티 로더의 손녀인 에이린 로더와 악수를 나누기도 하고 모피업체 J. 멘들 투어에선 모피 디자이너로부터 원단구입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그저 명품을 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돌아가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만드는 과정을 내가 직접 보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경험까지 얹어 준 것이다.
맥클로위 갤러리의 부사장 벤 맥클로위는 최근 중국 여행사 관계자들을 위해 샴페인과 초콜렛을 서브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관광객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그저 고급스러운 물건을 사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아주 독특하고 한정적인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 이 지구상 딱 이곳 한 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주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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