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달’에 돌아보는 한인사회
▶ 심리적 차별로 사회적 격리 유발
선천성 소아마비로 걸음걸이가 다소 불편한 것을 제외하면 한인 A씨는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활달한 성격에 사람 사귀기를 좋아해 미국인 직장동료들과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같은 한인들을 만나거나 한인 상가를 찾을 때면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자꾸 자신의 걸음걸이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눈초리가 느껴져 한인 타운 방문을 늘 망설이게 만든다고. 이는 비단 A씨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 장애인단체 한인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뉴욕밀알장애인선교단의 김자송 단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실 장애인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거주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히 한인사회에서는 자신의 불편한 모습을 나타내 보이기 더욱 어려워한다"며 장애인들의 심리적이 격리현상을 안타까워했다.
흔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사례를 말할 때 장애시설 부족으로 인한 ‘접근성’의 차별, 제도적 부재, 문화 향유권에 대한 차별 등을 언급하지만 장애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심리적인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김 단장은 "체면을 중시하는 한인사회에서 장애인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은 상당히 높다.
심지어 가족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을 외부와 격리시켜 꽁꽁 숨겨놓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장애인에 대한 한인들의 인식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단장은 "장애는 부끄럽거나 무시하거나 또는 불쌍하게 여길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선교헌금을 기부하는 고마운 단체들도 많지만 그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그들의 눈높이서 바라보는 이해와 불편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장애인재활협회의 이명자 회장도 "장애인을 대하는 한인사회의 태도는 불편해하거나 아니면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인데 이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애인들 역시 자신의 한계와 현실을 인정하고 능동적으로 세상에 나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 회장은 "장애인이 겪는 육체적·심리적 고통을 마음으로 나눠주는 태도를 갖는다면 집안에 웅크리고 있는 그들도 자연스레 밖으로 걸어 나올 것"이라며 장애인의 날(20일)을 맞아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을 대하는 한인사회의 변화된 태도를 함께 기대했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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