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황범씨 지난해 10년만에 영주권 취득
▶ 올초 식당 취업, 호텔 주방장 꿈 키워
아이폰 강도 피해로 사망한 양황범 씨의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꽃을 놓으며 애도하고 있다.
가정형편 어려워도 효심 남다른 장남
“한국의 일류 호텔 주방장이 되는 게 꿈이라며 정말 열심히였는데… 너무 허망합니다”아이폰을 노린 괴한의 총격으로 19일 참변을 당한 양황범(26)씨의 외삼촌 이준섭 씨는 “황범이가 지난해말 이민 온 지 10년이 넘어서야 영주권을 받아들고 ‘이제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그렇게 좋아했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흐느꼈다.
가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양씨는 부모와 여동생과는 달리 신분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작년 말 영주권을 취득하면서 올 초부터 맨하탄의 뉴욕현대미술관(MOMA) 안에 있는 프랑스식당 ‘모던 레스토랑’에 어엿한 풀타임 부 주방장으로 취직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운전면허 시험도 신청해 오는 30일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 이모의 초청으로 중학교시절 부모를 따라 여동생과 함께 이민 온 양씨는 2006년 브롱스의 ‘데이빗 스테인 리버데일킹스브리지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맨하탄의 2년제 요리전문학교에 진학했다. 요리학교 졸업 후에는 3년간 이스트 맨하탄에 위치한 프랑스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해오다가 영주권 취득하고 나서는 지난 3개월 전부터 모던 레스토랑에 출근해왔다.
양씨의 가족의 오랜 지인인 박지현씨는 “(양씨의) 부모님이 밤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아들을 걱정해 자주 전철역까지 마중나가곤 했다”며 “특히 어제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반드시 마중을 가곤 했는데 이날따라 황범이가 연락없이 혼자 걸어오다가 화를 당했다”며 비통해했다. 박씨는 이어 “사건당일도 황범이가 새벽 12시40분이 돼도 집에 도착하지 않자 아버지가 전화를 걸었다”며 “그러나 전화가 꺼져있었고 새벽 1시30분께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사고소식을 전해줬다”며 울분을 토했다.
주변 사람들은 숨진 양씨를 ‘매우 친절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양씨는 성 남요한 한인성당(주임신부 남해근)에서 아이들을 자원해서 가르치는 등 심성이 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달려온 고교 동창생 주(25)모 씨는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었다”며 “학창시절 다른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외삼촌 이씨는 “(양씨가)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했을 뿐 아니라, 세탁소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와 네일업소를 나가는 어머니를 경제적으로 묵묵히 도와왔던 착한 아이였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편 양씨의 장례식은 오는 21일 브롱스 소재 그랜드 콩코스 장례식장에서 있을 예정이다.
<함지하 기자·임종원 인턴기자>
A3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