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과외활동, 입을 옷, 식사 챙기고 텍스트, 비디오로 가족들과 수시로 대화
변호사인 미셸 잭슨이 출장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 입양 문제로 출장이 잦은 그는 집을 비우는 동안 아이들의 활동과 의료기록 등을 파일로 만들어 둔다. 아울러 출장 중에도 남편과 수시로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집안일을 챙긴다.
육아 웹사이트를 창설한 에이미 코소프 스미스는 출장을 갈 때마다 으레 하는 의식이 있다. 아이들 카풀, 스포츠 연습과 경기 일정, 베이비시터 오는 시간들 그리고 그 외 자신이 없는 동안 남편이 필요로 할 지 모를 것들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프린트해 남겨두는 것이다. 인디애나의 변호사로 국제입양 관련 출장이 잦은 미셸 잭슨은 자녀들 각각에 대한 파일을 남기고 집을 떠난다. 아이들의 과외 활동에 대한 정보와 의료기록들이다. 아울러 길 떠난 후에도 남편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 해야 할 일들을 챙기는 데, 이때 남편이 명령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뭔가 달콤한 말을 빼놓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일하는 엄마들이 출장을 가려면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온갖 형태의 수단들이 동원된다. 아빠들이 출장을 갈 때도 비슷하겠지만, 집을 떠나기 전 아이들이 스케이트하러 갈 복장을 챙기고 먹을 것들을 만들어 냉동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주로 엄마들이다.
맘티니 라운지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스미스는 아이들이 규칙적 스케줄과 구조 속에서 잘 자란다며, 출장 가는 엄마들은 자신이 없는 동안 집안에서 일상이 깨어지는 일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플레이 데이트 같이 꼭 필요하지 않는 것들은 제외하고 가능한 한 가족들의 스케줄을 잡아주고 떠나는 것이 좋다.
편부모의 경우는 출장 가는 일이 더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베이비시터나 친구 혹은 친척들에게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돌볼 사람이 가족들의 일상적 활동에 익숙하지 않으면 특히 어렵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곡예 하듯 하는 것은 엄마들에게 제2의 본성과 같이 익숙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하지 않던 사람에게는 그런 일이 감당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들거나 전자 달력을 함께 이용하는 방법을 그는 추천한다.
어떤 엄마들은 비상시 연락처와 의사, 학교, 이웃집 연락처들도 챙겨두고 떠난다. 시장을 봐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예약해두기도 하고 필요한 의약품들을 온라인으로 주문해두고 출장을 가는 엄마들도 있다.
요즘에는 테크놀로지가 큰 도움이 된다. 이때 텍스트 메시지를 이용할 지 이메일 혹은 페이스북을 이용할 지는 아이들이 결정하고 부모는 그에 따를 것을 스미스는 제안한다. 아이들이 텍스트 메시지로 주로 대화를 하면 부모들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어느 PC나 스마트폰이든 비디오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우리 엄마는 출장 중’이라는 그림책 저자인 패드라 쿠치나는 엄마들이 스카이프를 이용해 어린 아이들에게 엄마가 머무는 호텔 방안을 구경시켜 줄 것을 제안한다.
“엄마가 호텔 방에서 손을 흔들고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하는 게 어린 아이들에게는 위안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좀 더 큰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이폰으로 택시 창밖을 비추며 시내 구경을 같이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편리한 테크놀로지가 있는 덕분에 부모들은 출장 중 가능한 한 자주 아이들을 체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길을 나서서도 집안 살림을 직접 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출장을 가면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야지, 아이가 숙제를 다 마쳤는지 여부에 온 신경을 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엄마의 출장이 가족 모두에게 기분 좋은 휴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부모들은 집을 떠나기 전 가족들의 기대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매사가 아주 순조롭게 굴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출장을 가 있는 동안 집안일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자녀들도 팀의 일원으로 포함 시킬 것을 스미스는 부모들에게 조언한다.
“부모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면 아이들이 세척기를 쓸 줄 안다거나 옷 세탁을 직접 할 수 있다는 등 전에는 모르던 사실들을 알게 되기도 하지요.“
집을 비우는 동안 집안이 순조롭게 돌아가게 하는 한 방편으로 식단을 미리 짜서 남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동차 전문가인 로렌 픽스는 음식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와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간다. 때로 직접 만든 쿠키를 깜짝 선물로 남겨두거나 몇 끼에 걸쳐 먹을 수 있는 양의 스프나 칠리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 따라 그는 아주 기본적인 조리법, 그 다음에는 좀 더 어려운 조리법을 가르쳤다. 그래서 아이들이 오믈렛이며 밥, 파스타 바비큐 치킨, 파니니 등은 직접 만들 수 있게 했다. 엄마가 없는 동안 아이들에게 직접 세탁을 하라고 시키고 집안은 ‘깨끗하게 그러나 먼지 한점 없을 정도는 아니게’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때로 아이들이 징징 거리기도 했지만 이제 한 아이는 대학에 가고 두 번째 아이도 곧 진학할 만한 나이가 되고 보니 또래 아이들은 할 줄 모르는 조리, 청소, 세탁을 스스로 척척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애틀에 사는 심리학자이자 가족 이슈의 책 저자인 로라 캐츠너는 엄마가 출장 중에 가족이 얼마나 잘 기능하는 지는 가족들의 태도와도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엄마가 직장 일을 좋아하고 아빠는 즐겁게 기여를 하면 아이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출장을 삶의 한 면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불편해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긴다고 캐츠너 박사는 말한다. 엄마는 죄책감을 말하고 아빠는 늘어난 집안일에 대한 부담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역동성이 조성될 수 있다.
아이들에 따라서는 엄마가 멀리 가 있을 때 오히려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게 행동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변화와 불편한 점들을 잘 감수하고 흐름에 잘 따라간다고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감정적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집에 없으면 특히 기분이 상할 수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부모 없는 동안 피자의 밤 등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아이들이 뭔가 기대를 갖게 하라고 제안한다.
엄마가 출장 가는 날을 달력에 표시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하고, 지도를 보여주거나 아이들을 공항까지 데리고 가서 환송을 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소소한 터치들이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가족의 일원으로 동참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곧 돌아 온다’는 확신을 심어 줄 수가 있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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