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가 뚜렷치 않다. 그것이 LA의 날씨다. 올해는 이상하리만치 추위가 오래 간 것 같다. 그 탓이었나. 잘 나가보지도 않았다. 그 뒷마당 한 구석에 그런데 어느 틈에 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올랐다.
年年歲歲花相似/歲歲年年人不同 (해 마다 해 마다 꽃은 같은 모습인데 / 해 마다 해 마다 사람은 같지 않네)
당나라 시인 유희이가 지은 대비백두옹가(代悲白頭翁歌), 그러니까 노인을 대신해 부르는 슬픈 노래라고 했던가. 그 구절이 새삼 떠올려진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는 꽃. 그 꽃은 실은 지난해에 피었던 그 꽃은 아니다. 해마다 같아 보이는 것일 뿐. 더 걷잡을 수 없는 것은 인생사다. 젊음의 모습은 잠깐이고 한 번 가고 나면 영영 볼 수 없다.
한인 타운을 오랜만에 지나노라면 변화의 속도를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못 보던 몰이 들어섰다. 황폐해 있던 길모퉁이에 아담한 카페가 들어서고 거리를 장식한 화분에서는 봄 향기가 난다.
한 층 정갈해지고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다. 그런 중에도 정말로 변하지 않고 있구나 싶은 것이 있다. 단체장 선거다.
한인 타운의 역사가 한 세대를 지난 지 이미 오래다. 한국도 군사정권에서 문민정부에, 국민정부, 참여정부, 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 까지 수차례나 정권이 교체됐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 디지털 시대가 됐다. 그리고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런데도 30년 전이나 요즈음이나 변화를 거부한 채 요지부동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요란하다. 시끄럽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공해수준이다. 무수한 욕설에, 때로는 돈으로 치러지는 것이 단체장 선거인 경우가 하나 둘이 아닌 것이다.
과거 한인회 선거가 그 전형이다. 금권선거에, 투서질에,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그래서 항상 제기되어온 게 편법, 탈법 선거이고 뒤 따른 게 법정소송이었다.
지난 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열의 선거전은 법정소송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한인회는 둘로 쪼개져 저마다 적법성을 주장하는 추태를 빚었었다.
이 같은 단체장 선거를 바라보는 한인들의 시각은 싸늘하다. 한인단체장 선거 자체에 관심이 극히 저조하다. 그 선거에 참가하겠다는 한인은 더더구나 적다. 이는 지난 해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로 단체장 선거에 냉담한 한인 사회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LA 한인회장 선거 시즌이 개막됐다. 오는 5월19일로 예정된 제31대 LA회장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선거출정식을 갖는 등 선거 열기가 점화되고 있다.
2년마다 돌아오는 한인회 선거. ‘혹시나’의 기대가 ‘역시나’의 결과로 끝날지, 아니면…. 하여튼 아직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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