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과수익 가능성 높은 금융·배당주 눈돌려 정크본드·연방세 면제 지방채권도 인기몰이
61세의 은퇴자인 로버트 마코트씨는 은행예금을 빼내 주식과 지방정부채권을 살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꺼려했는데, 이젠 수익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초저금리를 3년 이상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이 보다 큰 리스크를 떠안고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에 나서든가, 아니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연기금, 보험사, 대학의 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특히 지난달 FRB가 2014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리스크를 꺼리던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 ‘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끝났다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소식에는 일제히 주식을 사고, 나쁜 소식에는 주식을 팔아 쏠림 현상을 일으키는 ‘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 (risk on, risk off) 경향이 뚜렷이 퇴조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위기까지 대형 변수들이 시장을 움직이면서 개별기업의 내용에 따라 주식을 선택하는 투자방식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안정적인 수준인 20을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
반면 뉴욕주식시장에서 S&P500지수는 올 들어 7% 넘게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개별기업의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니콜라스 콜라스 컨벌지EX 그룹의 시장전략가는 “적어도 앞으로 수개월 동안에는 시장이 펀드멘털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게 될 것”이라며 “초과 수익을 낼만한 주식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분위기 변화에 그동안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큰 타격을 받았던 금융업종이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다. S&P의 금융업종지수는 올들어 12%넘게 올랐다. 주가와 자산가치를 비교하는 주당순자산비율(PBR)은 0.9를 밑돌다 최근 1을 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이 2%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배당수익을 보장하는 블루칩이 훌륭한 투자대안이라고 소개했다. 개리 골드버그 파이낸셜의 올리버 퍼쉬 펀드매니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천했다. 5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배당을 20% 늘렸고, 20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18% 올랐다. 퍼쉬는 “전 세계에서 골고루 매출을 일으키는 블루칩들을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 전반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늘고 있다. 최근 대표적인 닥터 둠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일시적이라고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전 세계적인 유동성 공급 증가를 근거로 미 증시의 강세를 예상했다. 루비니 연구소는 필수소비재, 기술주, 통신주 등을 추천했다.
▲대안으로 정크본드·지방정부채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정크본드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도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의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크본드는 투자부적격 채권을 의미하며 투자리스크가 큰 대신 일반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
CNBC는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정크본드로 자금이 대규모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의 정크본드 발행물량은 197억달러로 주간단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유럽 대신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유럽기업들도 늘고 있다. 독일의 엔지니어링업체인 새플러는 최근 12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했다. 새플러의 금리는 5~7년물이 7.75~8.75% 수준이다.
이러한 정크 본드에 투자하는 관련 펀드에 대한 자금유입도 올들어 94억달러에 달했다. 펀드멘털이 점차 개선되면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정크본드가 매력적인 투자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존의 채무위기나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글로벌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크본드가 랠리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지방 정부채는 금리는 낮기는 하지만, 연방정부의 세금이 면제된다는 점에서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지난해와 같은 수익률은 올리기는 힘들지만 역시 안정적인 투자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방채 애널리스트인 짐 콜비는 “앞으로 수년간 지방채의 연간수익은 4~5%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미 국채를 이미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대체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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