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가수로 떴지만 본업은 찬양선교사죠”
이용훈은 뉴욕 한인사회에는 메트 오페라 가수보다 선교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유럽과 미국의 최고 오페라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용훈, 지난달 21일 한국일보 뉴저지 지사에서 만나 그의 삶과 노래를 들었다.
▲메트역사상 처음 돈카를로스 주역
작년 11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이스마엘라 역으로 무대에 선 그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이스라엘 장군으로 등장한 이용훈(38)은 강하게 때로 서정적으로 고음의 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하여 관객의 마음을 앗아갔다.훤칠한 키(182센치미터, 76킬로그램)에 수려한 얼굴, 연기도 잘 하니 모든 것이 오페라 무대에 적합한 그를 보고 뉴욕타임스는 ‘완벽하게 빛나는 테너 용훈 리가 용맹한 히브리 군인 이스마엘레를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보도했다.
2010년 10월 시카고 릴릭 오페라에서 ‘카르멘’으로 미국 오페라에 공식 데뷔한 이래 11월 메트 오페라 ‘돈카를로’의 돈카를로 주역으로 화려하게 데뷔, 메트 오페라 한인 테너 불모지대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메트에 2016년까지 계약이 되어있고 유럽 무대에 자주 서고 있어 한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첫아들의 백일잔치를 하러 뉴저지 팰팍 집으로 온 이용훈은 인터뷰한 다음 주에 유럽으로 날아가 비엔나 오페라 무대에 섰다.“아이가 보고 싶어서 시간만 나면 뉴욕에 머물게 된다”는 그는 처음 미국에 와서는 학교 근
처인 맨하탄에 살다가 퀸즈에서 오랫동안 산다음 현재는 팰팍에 살고 있다.
2007년 유럽 무대에 진출하여 이태리 라 스칼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극장, 영국 코벤트 가든 등 세계 유명 오페라 무대에 주역으로 활동한 그가 3년후 메트 무대에 등장, 이후 세계 주요 오페라계의 러브 콜을 받고있다. 쟁쟁한 오페라 가수들이 수많은 이 세계에서 동양인 남자가 큰 무대 주연을 맡기는 극히 희귀한 일, 그런데 그는 거뜬히 제 몫을 잘 해내고 있다.
오는 9월에 2012~13 메트 시즌 ‘카르멘’의 돈 호세역을 맡은 이용훈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아주 매력 있고 좋아하는 역이다. 돈 호세는 1막에서 4막까지 점점 캐릭터가 진화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준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멋진 역이다”이용훈은 그동안 베르디의 ‘돈카를로’, ‘토스카’, ‘투란도트’ 뿐 아니라 푸치니 작품도 많이 했다. 카르멘을 사랑하다 못해 죽이는 호세역에는 연기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연기를 따로 배우지는 않았다. 연기는 무대 경험과 타고난 아티스트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공연 한달 전부터 메트에 모여 총연습을 한다.”
이용훈은 작년 11월 메트 갈라 콘서트 무대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정도로 메트가 인정하는 테너다. 앞으로 5년간 공연할 메트 오페라 무대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활약한다. “칼멘, 일트라바토레, 돈카를르소를 한다. 특히 2015년에 하는 돈카를로스는 돈카를로의 프렌치 버전으로 메트 역사상 처음으로 하는 공연이다 무척 기대가 된다”돈 카를로스는 인간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사랑과 증오의 드라마로 극적인 아리아가 돋보이는 베르디 작품이다. 오페라 가수는 극에 따라 이태리, 프렌치, 불어로 노래하니 4~5개국 언어는 필수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테너 이용훈은 언제부터 이렇게 노래를 잘했을까.
▲굶어도 힘들지않아
이용훈은 1973년 장로 아버지, 권사 어머니의 2남 중 차남으로 태어났고 모태신앙으로 전가족이 베다니 선교회에 나가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신학대학에 다니다가 경영학, 영문학도 공부하면서 미래를 찾지 못해 방황했다. 찬양과 경배를 잘 하려고 친구한테 레슨을 받다가 친구가 너 성악해라 해서 별로 준비도 하지 않고 서울음대에 들어갔다”남들보다 뒤늦게 성악을 시작했지만 1994년 서울음대에 수석합격, 4년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 그러나 1998년 졸업과 동시에 개인적인 시련으로 성악을 포기하고 말았다. 2년동안 베다니 선
교회에서 열심히 선교하며 결코 노래하지 않았다.
2,000년도가 다가오던 어느 날, “넌 노래를 해야한다, 넌 노래하는 사람으로 창조했다. 너가 노래하면 난 기쁘다” 하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용훈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많이 울었다 “네가 나를 위해 노래할 수 있겠니?” 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그는 더이상 자신의 성공을 위해 노래하지 않았다. 베다니 선교회에서 미국으로 파송되며 미국 유학을 준비했고 기도 중에 눈을 감고 있는데 한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 카자흐스탄 선교도 같이 간 적 있는 베다니 선교회 반주자이던 이은영(34)이었다. 그녀는 이용훈의 아내가 되었다.
2000년 뉴욕에 왔고 매네스 음대 석사와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친 다음 푸치니 국제콩쿠르, 로렌 자카리 국제콩쿠르, 오페라 인덱스 국제콩쿠르 등 여러 곳에서 우승하며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지금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떴지만 여전히 자신의 본업은 주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 한다.“그래서 찬양선교사와 오페라 가수로 둘로 나눌 수가 없다. 만일 오페라 가수가 아니라면 어떻게 내가 초청받아 세계여행을 하고 좋은 분들을 만나겠느냐”그는 얼마 전까지 퀸즈의 생명샘 교회 찬양선교사로 10년 이상 봉사했고 뉴저지 초대교회, 뉴욕장로교회에서 간증집회를 하는 등 한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은 해외 연주를 많이 다니다보니 한 교회에 소속되어 나가기가 힘들고 여러 교회에서 기도하고 선교한다. 그의 간증과 찬양을 듣고 싶어 하는 교회는 많지만 연주여행만으로도 쉴 틈이 없다. 용케 스케줄이 되었을 때 수천 명이 모인 교회와 백여명의 작은 교회가 동시에 그가 오기를 청한 적이 있었다. 그가 간 곳은 자그마한 교회다.
“내가 겸손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하나님이 이쪽으로 보냈기에 간 것이다.”그는 기도가 일상이 되어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기도로서 그 답을 얻는다. 갈 교회를 정한 것도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세계 곳곳에 연주를 하러가서 여러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공연을 가도 극장, 숙소, 공항을 오갈뿐 구경할 시간은 없다. 쉴 때는 그 지역 교회 집회에 간다. 남미나 유럽지역에 점차 교인들이 줄어들고 있고 노인들만 나오고 있다. 그런 교회에 가서 찬양하고 집회에 참여한다” 그동안 오지와 도미니카 공화국, 페루, 멕시코를 찾아 선교사역한 것은 물론 국제기아대책 본부에서 진행하는 간증 및 찬양집회도 가고 있다. “한 지역이 변화하려면 빵과 복음이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 빵만 들어가면 주는 쪽은 계속 도와야만 하고 받는 것에 익숙해져 성장하지 않는다. ”
이용훈은 매년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일반공연을 접고 찬양사역자로서 선교여행을 간다. 처음엔 공연 한달이 빠지다 보니 매니저먼트사(Zemsky/Green Arts management)와 관점 차이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의 선교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있다. “매니저는 저의 성공이 첫째라 제가 무대에 서야했고 저는 그리스도 복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여지는 도구가 되는 것이 꿈이 첫째였기에 그렇다.” 올 7월 선교지도 기도하면 하나님이 정해줄 것이라 한다.
지금은 화려하게 성공했지만 불과 십년 전 배가 고파 굶은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돈 한푼없이 뉴욕으로 공부하러 와 학교에서 물을 여러 통 떠다놓고 물로 배를 채우며 노래했다는 것. 이후 각종 콩쿠르에서 상을 타고 메트와 계약한 이후 생활이 안정되었다.
“많이 굶은 적도 있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힘들었을 때 오히려 은혜가 더 컸다. 메트든, 어느 장소든 하나님이 함께 해 늘 감사했다”기본기가 튼튼한 실력 있고 스타성 있는 한인 오페라 가수가 유럽과 미국의 최고 무대에 자주
설 수록 우리의 어깨도 그만큼 으쓱해진다. 이제 이용훈은 세계가 사랑하는 오페라 가수이다. 더불어 세계 최고의 복음 찬양가수 중 한명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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